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오전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라덴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문건 103건과 미국 정부자료를 포함한 각종 서적류 등 266점의 내용을 분석, 공개했다.
이들 자료는 빈라덴이 직계 가족이나 알카에다 지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PDF 형태들의 서적, 싱크탱크 보고서, 미 정부자료 등을 망라한다.
38권의 영어서적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음모이론과 관련된 서적으로 파악되는 등 빈라덴이 소장한 서적들은 대체로 그가 ‘음모이론’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더 힐(The Hill) 등 미 언론은 지적했다.
미 정부가 9ㆍ11 테러를 공모했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진주만, 부시 행정부와 9ㆍ11에 관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계몽주의 서적과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에 관한 책부터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쓴 ‘오바마의 전쟁들’, 놈 촘스키의 책, 미 9ㆍ11 위원회의 보고서 등도 있었다.
빈라덴이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 구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도 대량 발견됐다.
그는 알카에다 한 사령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역 보안군과 싸우는데 정신을 팔지 말고 ”우리의 주적“, 즉 미국을 무너뜨리는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했다.
또 알카에다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적었다.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한 편지에서도 북아프리카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에게 IS(이슬람 국가) 설립을 중단하고 대신 서아프리카 남쪽의 시에라리온과 토고의 미국 대사관과 정유회사 등에 대한 공격을 주문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에도 비슷한 조언을 하면서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반면 가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CNN은 ”가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반면, 미국인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공격계획을 세운 돈키호테적 인물“이라고 빈 라덴을 평가했다.
특히 4명의 부인과 20명의 자녀를 뒀던 빈 라덴은 많은 자녀와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으며 부인 중 한 명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한 편지에서 빈 라덴은 그의 아들 칼리드를 알카에다 사령관의 딸과 결혼시키려는 계획에 대해 세세하게 썼다. 또 신부의 어머니와도 여러 통의 편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빈라덴은 자신이 도청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늘 사로잡혀 살았다.
특히 서방 스파이가 아내의 옷 안에 미세한 녹음 장치를 달아놨을 것을 우려, 한 편지에선 ”카이리야(아내)가 이란에서 나올 땐 옷이며 책 등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모든 걸 다 두고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의 가족 역시 미행당하고 있다거나 미국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사살되기 몇 달 전 파키스탄 은신처를 떠날 생각을 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 편지에서 그는 은신처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것에 깊은 좌절감을 토로하면서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은신처를 찾으려면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