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벌어진 '아이폰6 대란'… 보조금 상한선 의미없단 사실 입증
단통법, 이용자 차별 해소 못하고 기업 영업제약·소비자 편익 해쳐
시장원리 맞게 낡은 규제 버리고 발상 전환해 창조경제 보여줄 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지난 2일 새벽 서울 시내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모델을 10만∼20만원대에 팔자 구매자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많은 누리꾼들이 영업점 위치 등 정보를 공유하느라 인터넷이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은 왠지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3·27 대란'이니 '6·10 대란'이니 틈만 나면 보조금 문제로 휴대폰 시장이 들썩이고는 한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행여나 사라질까 기대도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한 달 만에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폰6 모델은 출고가가 78만9,800원. 이동통신사들이 공시한 보조금 25만원에 판매점과 대리점이 재량껏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을 추가하더라도 판매가는 50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훨씬 낮은 10만~20만원대에 팔렸다고 하면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 30만원을 웃도는 보조금이 투입됐다는 얘기가 된다. 최대 60만~70만원까지 보조금이 실렸다는 말도 들린다. 한마디로 정부의 영(令)이 무참히 무너진 것이다.
이번 대란에 화들짝 놀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사 관계자들을 긴급 호출해 강력히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지만 비슷한 사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싸게 스마트폰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에서는 제품값을 내려서라도 고객을 잡으려는 회사가 생기고 그것을 이용해 갖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갖가지 명목의 할인행사를 하며 매장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동통신시장이라고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정부의 엄포에도 무슨 무슨 '대란'이 끊이지 않는 연유다.
이런 점에서 단통법 시행 취지 중 하나인 이용자차별 금지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공염불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전보다 기껏 3만원 정도 상한선을 올려놓고 이용자차별이 해소되고 보조금 소동이 사라지기를 바랐다면 시장원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알고 있었다면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이통사나 제조사를 압박해 수그러들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이전에 해온 대로 불법 보조금이 적발될 경우 기업들을 향해 엄포를 놓고 그래도 안되면 과징금 부과라는 칼을 휘두른 후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 수순대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업체들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당국은 좀 더 무거워진 과징금을 물리면서 경영진을 형사 고발하겠다는 경고 정도 말이다.
아이폰6 대란으로 보조금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아무리 당국이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대더라도 이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낡은 규제다. 무엇보다 기업과 판매점의 영업활동을 제약하고 소비자 편익을 해치는 규제를 쥐고 통신요금이 내려가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어쭙잖은 평등주의를 버리고 통신시장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 진정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창조경제는 말 그대로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시장환경이 변했는데도 기존의 잣대로 시장을 재단하면 창조적인 답은 안 나오고 악순환만 반복되기 십상이다. 당국은 그동안 일이 생기면 보조금 상한제나 요금인가제 등 핵심은 비켜간 채 변죽만 울리고 땜질처방만 해왔다는 인상이 짙다. 단통법이 난타당한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지 말고 움켜쥐고 있는 규제를 냉철하게 들여다본 후 풀 것은 풀고 기업을 설득할 것은 설득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답은 나와 있다. 결심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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