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붕괴된 가운데 최대 1,800억달러로 추정되는 리비아 정부의 자산이 재건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수일 내에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1,000억 달러를 웃도는 카다피 정부 동결자산을 리비아 재건자금으로 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카다피 일가의 자산은 크게 석유 판매대금으로 운영되는 리비아투자청(LIA) 자산과 리비아중앙은행 외환보유액으로 이뤄져 있으며 규모가 최소 1,000억달러에서 1,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의 반부패 비정부기구(NGO)인 글로벌위트니스에 따르면 LIA의 자산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641억8,760만달러에 달한다. 이중 리비아 투자개발펀드(LIDF) 등 자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247억1,000만달러로 비중이 가장 높고 주식(71억9,900만달러)과 채권(31억8,500만달러)에도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다. 주식의 경우 75% 가량이 유럽기업에 투자돼 있으며 채권은 미 국채(44%)에 주로 들어가 있다. 리비아 중앙은행의 자산은 더욱 규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만 1,100억달러에 이르고 금 보유량도 143.8톤에 달하는 것으로 외신들은 추산하고 있다. 단순히 LIA와 중앙은행의 자산만 합쳐도 1,800억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더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은닉 자산까지 더할 경우 카다피 일가의 자산은 천문학적인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나라별로는 미국 동결 자산이 370억달러, 영국 120억파운드(198억달러), 독일 73억유로(105억달러) 선이라고 FT는 전했다. FT는 "미국과 영국 등은 카다피 자산 동결을 최대한 빨리 해제해 리비아의 새로운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며 "다만 문제는 나토(NATO)의 공습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등 나머지 안전보장이사회 멤버 국가들의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이 더 이상 버틸 여력을 잃어가면서 그 동안 관망을 유지해 온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로 구성될 리비아 정부에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재개되고 이에 따라 재건작업이 본격화할 경우 자칫 거대 시장을 놓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의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리비아 석유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반군측 석유회사인 아고코의 대변인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리비아 내전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러시아, 중국, 브라질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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