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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도 넘은 정치권의 고리원전 발언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이 결정되면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관심이 고리1호기로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연일 고리1호기 폐로를 촉구하고 있다.

배덕광 새누리당(부산 해운대기장군) 의원은 지난 1일 "가장 노후되고 사고 위험이 높으며 전력 수급 기여도가 낮은 고리1호기는 계속 가동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이 고리 원전 1호기 수명중단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부산 출신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도 앞서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에서 열린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시민행진'에 참가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내세우며 "고리1호기 폐쇄는 부산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폐로를 부추겼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마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부산시 당정협의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정부 입장을 파악해보니 부산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슬그머니 폐로에 무게를 실었다. 게다가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고리1호기를 반드시 폐로하겠다"고 공약했었고 지난 대선에서 고리1호기 폐로를 공약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26일부터 고리1호기 폐로를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내년 총선 겨냥 연일 폐쇄 촉구

고리1호기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1977년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이미 2007년 설계 수명이 다했지만 정부가 10년간의 수명 연장을 결정해 내후년까지 가동된다. 2차 연장을 위해서는 운영허가기간 만료 2년 전인 오는 6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연장운영을 신청해야 한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여권마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원전이 영남지방에 위치해 있고 영남은 여당의 텃밭인 만큼 무리하게 수명연장을 밀어붙여 주민들의 눈밖에 벗어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다. 야권의 주장이야 공약이니만큼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지만 김 대표의 발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 추진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벌써부터 청와대가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는 얘기처럼 고리1호기 폐로에 대한 압력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제대로 결정해야 할 원전정책이 표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계속운전은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기술이라고 한다. 1차 허가기간이 만료된 전 세계 122기 원전 중 91%인 111기가 계속운전 중이고 미국을 보더라도 전체 29기 대상 원전 중 28기가 계속운전 중이거나 심사 중이다. 유사한 세계 중수로형 원전 51기 중 설계수명이 끝난 18기 가운데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가동이 영구 중단된 것은 캐나다의 젠틸리2호기가 유일하다고 한다. 계속운전으로 전환할 경우 소요비용이 신규 원전 건설의 5분의1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원전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석탄이나 석유·LNG 등의 화력발전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탄소배출 감축이 세계적 대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원전의 유용성은 더욱 크다. 안전하게만 관리된다면 원전만큼 값싸고 친환경적인 전력 공급원이 아직은 없다는 얘기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세월호 사태로 원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 전력비수기 때는 4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름만 되면 전력부하 가중으로 안절부절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백년대계로 전문가 판단 따라야

월성1호기에 이어 고리1~4호기, 영광1호기 등 10년 내에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6기로 줄줄이 다가온다.

정책 집행과정에서 투명성·공정성을 잃어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복지문제로 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정치권 압력으로 대책 없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백년대계를 생각해 정부가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안전과 경제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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