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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솔트

28일 첫 방한한 안젤리나 졸리, 첩보요원으로 열연


“이 간나 새끼야. 빨리 불라우” 할리우드 첩보 액션영화 ‘솔트’는 귀에 익은 한국어로 시작된다. 북한군에게 고문받는 할리우드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에블린 솔트)의 가혹한 고문 장면이 영화의 시작이다.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에서 “전 정말 몰라요. 회사원이에요”라고 순진하게 말하던 그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 CIA 요원이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건 이 영화가 가족과 동료 모두를 속이는 스파이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솔트’는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 졸리의 영화다. 첩보요원으로 활약하는 졸리의 액션이 압도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액션을 뒷받침해줘야 할 이야기가 놀랄 만큼 허술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중 첩자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냉전시대 구도를 끌어온다. 첫 장면에서 보여준 북한군 뿐 아니라 전설의 러시아 스파이 집단을 불러와 갈등구조를 만든다. 미국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잠입한 스파이 집단 KA가 미국을 공격하는 날인 ‘데이-X’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IA 요원인 솔트가 KA의 일원으로 지목당한다. ‘이중첩자’라는 혐의를 뒤집어쓴 솔트가 도주를 시작하고 영화는 솔트가 정말 이중첩자인지 누명을 쓴 요원인 지를 숨긴 채 중반까지 내달린다. 여성판 ‘본 시리즈’를 표방했다는 ‘솔트’는 본 시리즈처럼 영리한 영화는 되지 못했다. 케케묵은 냉전구도를 효과적으로 요리하지 못하고 판에 박힌 나열에 그친다. 대통령 암살과 러시아의 핵공격 등 수도 없이 나왔던 소재들은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백악관의 경호원들처럼 허술하게 영화를 지탱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머리 쓸 필요 없이 화끈한 액션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겐 환영받을 수 있다. 적어도 졸리는 자신의 이름 값을 하며 화려한 액션을 뽐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졸리는 달리는 트럭에서 또 다른 트럭으로 뛰어내리고 건물 벽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오르며 수갑을 찬 채로 온 몸의 무게를 이용해 상대방의 목을 꺾어버리기까지 한다. 이처럼 과격한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할 여배우는 졸리 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솔트’가 ‘졸리의 영화’인 만큼 졸리는 영화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졸리는 28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솔트’를 위해 액션 영화 ‘원티드’속편의 출연을 거절했다는 그의 선택이 탁월했는지는 29일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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