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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펍서 맛보는 기네스맥주 '쌉싸름한 맛·긴여운…'

아일랜드 더블린<br>고풍스런 건축물 중세풍 매력 물씬<br>거리엔 전통음악·팝 연주 악사 가득<br>新·舊시가 가로지르는 리피강 보며<br>흑맥주 한잔에 굴요리 '환상적 조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기네스 양조장에서 열린 '기네스 아서스 데이 축제' 참가자들이 기네스 맥주를 높이 들어올리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아서스 데이(Arthur's Day) 축제는 아일랜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네스 맥주가 지난 1759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더블린의 중심 쇼핑가인 그래프턴 거리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

더블린 리피 강의 야경.

더블린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및 금융의 중심지 오코넬 거리. /사진제공=비지트더블린

국내 여행객에게 아일랜드는 '가깝고도 먼 나라'다. 경제적으로 보면 숱한 우여곡절 끝에 금융 자유화로 강소국으로 변모하며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라는 성공신화를 써내려 갔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한껏 경제력을 과시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라는 쓴맛을 본 우리와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민족 기질도 정을 중시하고 다혈질인데다 역사적으로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등 한국인과 공감대가 형성될 만한 여지가 많다. 문화적으로는 19세기 감자 대기근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민족사로 유명하고 국내에도 들어와 인기를 얻고 있는 기네스 맥주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국내에 직항로가 없을 정도로 서유럽의 먼 나라다. 보통 런던이나 파리∙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을 거쳐야 갈 수 있다. 올 9월 방문한 더블린의 가을은 무척 아름다웠다. 변화무쌍한 날씨로 악명 높기는 하지만 이국적인 풍취는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경제위기가 여전하다고 하지만 관광객이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더블린은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 구분되듯 리피 강을 사이에 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신시가지에는 현대적인 빌딩이 많고 구시가지에는 트리니티대와 더블린 성, 시청 등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여행한다. 그리고 이곳에는 아일랜드 여행의 출발지인 템플바 거리가 있다. 리피 강 남쪽에 자리한 템플바 거리에는 펍의 도시답게 20곳이 넘는 전통 아이리쉬 펍이 밀집해 있다. 특히 중세풍의 거리 모습이 보존돼 있고 레스토랑∙갤러리 등도 많아 다양한 문화와 유흥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저녁시간 펍을 들어가 보면 다들 서거나 앉아서 기네스 맥주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현지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약간은 소란스런 분위기가 유럽의 여느 나라와는 약간은 대비된다. 펍에서 반드시 마셔봐야 할 술이 바로 기네스 맥주다. 흑단처럼 검고 걸쭉하며 까칠한 보리 잎처럼 쌉싸름한 맛, 입술과 혀끝에 휘감기는 부드럽고 풍부한 거품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흑맥주는 아일랜드의 상징이다. 특히 안주로는 굴 요리가 단연 최고다. 더블린과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신선한 아일랜드 굴 요리와 기네스 맥주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조화를 맛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더블린 북쪽에 위치한 기네스 맥주 양조장에도 꼭 들른다. 기네스의 역사 및 제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기네스 맥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시청각 자료와 박물관 내부를 둘러본 후 편안한 분위기의 바에서 기네스 맥주를 따르는 법, 맛있게 먹는 법 등을 전문가들에게 듣고 시음해볼 수 있다. 더블린에서 가장 번화하고 유명한 거리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거리인 오코넬 스트리트다. 항상 인파로 북적대는 이 거리는 마치 서울의 강남을 떠오르게 한다. 거리의 남단은 강을 가로지르는 오코넬 다리와 이어지며 다리 건너 조금만 더 가면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가인 템플바로 연결된다. 쇼핑 지역으로는 그래프턴 거리, 헨리 거리 등이 유명하다. 그래프턴 거리에는 고풍스런 분위기의 쇼핑센터가 많고 거리의 악사들이 전통음악과 최신 팝을 연주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블린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뜻깊다. 제임스 조이스 박물관은 20세기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손꼽히는 조이스를 기리는 뜻깊은 장소다. 더블린 시내에서 남쪽 해안 쪽에 자리한 이 박물관에는 조이스의 서한과 사진, 작품 초판본과 희귀본, 개인 집기, 그의 소설 '율리시스'와 연관된 전시품들을 볼 수 있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주인공 블룸을 통해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며 더블린의 펍 문화를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더블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는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유심히 살펴보면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국내처럼 대학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없는 여러 개의 건물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를 걷다 보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트리니티 칼리지를 볼 수 있다. 1592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때 설립된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아일랜드의 자랑이다. 트리니트대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잔디, 17~18세기에 지어진 멋들어진 건축물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일랜드교회의 국립 성당인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도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특히 이 성당은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수석 사제로 있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성당의 명물인 웨스트 타워는 1370년에 세워졌는데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내는 종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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