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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오르자 구리·전선 절도범 날뛴다

프랑스 고속철 TGV도 멈춰서.


구리, 알루미늄, 백금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구리 전선 등 고철을 훔쳐 파는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자동차의 촉매변환장치에서부터 전선의 피복을 벗겨 낸 구리전선에 이르기까지 돈만 되면 뭐든지 절도범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심지어 은행에 압류된 빈집에 들어가 벽을 부수고 내장된 구리 파이프나 전선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으며, 전선을 훔치다 감전사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하와이에서부터 플로리다까지 각 지역에서는 고속도로 가로등이 정전되거나 전화가 불통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지자체들은 이를 제대로 수리할 여력이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구리 전선 절도가 가장 기승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시(市)는 지하에 매설된 구리전선까지 절단해 훔쳐가는 도둑 때문에 최근 시 전역의 수천 개에 달하는 맨홀 뚜껑을 모두 콘크리트로 메워버렸다. 캘리포니아의 리틀리그 야구장에서는 전선이 도난 당해 야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를 연결하는 국제선 고속열차가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을 도둑맞아 운행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벨기에 국영 철도회사(SNCB) 등에 따르면 7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지역에 부설된 전선과 광케이블이 대량으로 도난 당하면서 국제선 고속열차인 TGV와 탈리스(Thalys) 운행이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 프랑스 북부여서 파리 이남으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파리~브뤼셀~암스테르담, 파리~브뤼셀~쾰른 노선의 TGV와 탈리스 운행에 혼선을 빚었다. 또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유로스타도 도착과 출발이 잇따라 지연됐다. 이처럼 원자재 절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오하이오의 전력회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 컴퍼니는 구리 함유량을 줄여 고철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는 전선을 개발해 기존의 구리 전선을 대체했다. 미국 통신ㆍ전력ㆍ철도회사 등으로 구성된 ‘구리전선 절도 대응연합’의 브라이언 제이콥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것이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믿는다”면서 “고철상들이 물건을 조사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확산을 막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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