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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천 철회 … 길었던 안철수의 3박4일

"국민·당원 뜻에 따르겠다" 여론조사로 승부 걸었지만

결국 기초선거 공천 회귀 "약속 못지켜 죄송합니다"

7일 박준우 靑 정무수석과 회동 후 "(기초무공천 번복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나 양해는 아닌 걸로 생각한다"

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기초공천 관련,)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

9일 최고위원회의 "당원과 국민의 생각이 저와 다르더라도 저는 그 뜻에 따르겠다"

10일 최고위 회의실을 나서며 (기초공천 번복 책임론에 대해) "당 대표 자리는 당원과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

지난 7일 오후2시.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찾았다. 그러나 만남은 길지 않았다. 10여분 만에 박 수석은 방을 나섰다. 아니 만남이 길 필요도 없었다. 며칠 전 안 대표가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 대한 거부 통보였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당시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논의하자고 청와대를 찾았었다.

안 대표는 대표실 의자에 홀로 앉아 눈을 감았다. 어찌해야 하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내 여론은 들끓고 있었다. 청와대도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공천으로 회군하자니 합당 명분이 사라졌다. 문재인 의원의 제안을 수용할까. 며칠 전 만난 문 의원은 여론조사에 따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8일 오전10시.

안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과 동지들의 뜻을 바탕으로 당 내외 다양한 논란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당 역량을 집중시켜 한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공천하기 위한 출구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그는 당원과 국민들의 양식을 믿었다. 시대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공정한 여론조사가 관건이었다. 안 대표는 김한길 공동대표와 이석현 국민여론조사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논의했다.

여론조사 당일인 9일 오전9시 최고위원회의.



안 대표는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회의에서 그는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따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문 의원을 찾았다. 이미 친노 등 강경파의 '여론조사' 주장을 끌어안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내 대선급 주자들과 함께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이미 문 의원의 제안을 수락한 상황에서 그가 자신의 제안을 물리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여론조사 발표일인 10일.

안 대표는 오전9시 열릴 예정인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선거 결과에 대해 간단히 보고를 받았다. 결과는 무공천 철회. 충격이었다. 악몽을 꾸는 듯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난 대선 후 미국으로 건너간 일부터 보궐선거 출마, 신당 창당작업, 민주당과의 합병 등 숨 가쁘게 달려온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머릿속은 텅 빈 듯했다.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다. "안 대표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기자가 물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나의 거취에 대한 질문인가?' "당 대표는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습니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짧게 두 마디를 했다.

이후 당 대표실로 들어간 안 대표는 장고에 돌입했다. 측근인 김효석·이계안 최고위원들도 안 대표의 방을 드나들었다.

이윽고 박광온 대변인이 당 대표실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조금 후에 두 분 대표의 입장 표명이 있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오전11시를 넘어 11시40분이 지나서도 입장 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각에 김 대표는 점심 식사를 위해 대표실을 홀로 나섰고 안 대표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생각을 거듭했다. '중대결심'인가? 당 대표직 사퇴 등 복잡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오후4시.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저희들마저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중략) 이번 선거, 참으로 어려운 선거가 될 것입니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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