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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공항에서 북쪽으로 다저우를 거쳐 산시성 시안으로 이어지는 65번 고속도로를 타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광안시. 톨게이트를 나와 처음 보이는 대형 아치에는 '인민의 아들 덩샤오핑의 고향'이라는 붉은 글씨가 쓰여 있다. 오는 22일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에 맞춰 광안시는 추모관과 진열관을 새롭게 열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자로 불리는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덩샤오핑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다.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신과 같은 숭배의 대상이라면 덩샤오핑은 시진핑 주석와 오버랩되는 개혁개방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인민일보는 시 주석과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서 같은 길과 같은 이념을 가진 닮은꼴이라고 분석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문을 열었다면 시 주석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중국을 주요2개국(G2)의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자로 평가 받고 싶어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덩샤오핑 드라마도 시진핑 정부의 개혁의지를 강조하는 선전도구라고 남방도시보는 분석했다. 이 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덩샤오핑 드라마는 개혁에 대한 인식을 통일하고 개혁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부터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 '역사 전환기의 덩샤오핑'은 1편이 1.98%, 2편이 2.08%로 동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덩샤오핑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8년간(1976~1984년)을 다룬 드라마는 특히 문화혁명 4인방의 처리, 화궈펑 전 주석, 후야오방·자오즈양 전 총서기 등 정치적으로 금기시됐던 인물들을 다룰 것으로 예상돼 주목 받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드라마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덩샤오핑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에서 "오늘날 덩샤오핑을 기념하는 것으로 국가 개혁개방의 전후관계를 이해하고 전면적으로 개혁을 심화시키는 결심과 신심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에 대한 재조명이 시진핑 정부의 개혁의지와 맞물리며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시 주석이 직접 나서는 국가적인 추모열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시 주석은 덩샤오핑 탄생을 전후한 21~22일 몽골을 국빈방문한다. 마오쩌둥 추모일이었던 지난해 12월27일 시 주석은 기념 좌담회에 참석해 "마오쩌둥은 중국 혁명과 중국 건설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며 "일부 실수를 이유로 역사적 위업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좌담회에 앞서서는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함께 마오주석기념관을 찾았었다.
광안시 덩샤오핑 생가 입구에 전시된 사진들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덩샤오핑의 유년시절부터 서거 직전까지 100여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지만 단 한 점도 마오쩌둥과 함께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진열관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골라 전시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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