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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항생제식 주택정책

정두환기자 <부동산부>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제대로 시장에 먹히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너무 많은 탓이다”“강남 등 서울의 집값 문제는 서울시에 1차 책임이 있다”“집값이 지금과 같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할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있던 건설교통부의 고위 당직자에게서 나온 말이다. 이 당직자의 말을 열거해보면 결국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일관되게 추진해온 ‘강남 집값 잡기’가 현재로서는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책임공방전은 차치하고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로 집값 급등이라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대목에서는 안쓰러움마저 느껴진다. 이 당직자의 말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강남이나 분당ㆍ용인 등의 집값에는 상당한 거품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지금 집을 사면 손해보니 사지 말라”는 의미다. 어딘지 궁색해 보인다. 수요가 몰리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으니 제발 이제는 멈춰 달라는 호소 같다. 건교부의 주택정책을 ‘군청 수준’이라고 비난한 서울시장이나 양자간 말싸움 직후 건교부를 항의 방문한 서울시 직원들의 행태에도 역시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집값 급등의 책임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집값 급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교육ㆍ금리 등 시장 외적인 다양한 원인을 간과한 채 규제만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확실한 정책 로드맵 없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개별현상에 대해 너무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처방만 가하다 보니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은 결코 떠들썩한 말주변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는 시장이 너무 커버렸다.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신중한 검토 없는 정책은 마치 항생제처럼 당장은 잘 들을지 몰라도 그 약효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은 정권이 맘만 먹으면 거창한 구호를 내세워 경제를 주무를 수 있던 80년대가 아니다. 이미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는데 정부의 주택 정책은 80년대 말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말하는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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