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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강제이주·수용 당하는 외계인들

● '디스트릭트9'


외계인이 지구에 '얹혀' 산다. 지구 침략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우주선이 의도찮게 불시착했다. 생김새가 징그럽고 위협적인 이 불청객은 영화가 말하는 적이 아니다. 탐욕에 눈멀고, 차별과 폭력을 일삼는 인간이야말로 바로 영화가 말하는 적이다. '디스트릭트9'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외계인 수용구역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는 인간이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을 통제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외계인 관리국에 의해 강제이주 되고, 이 과정에서 외계인 이주 담당자인 주인공 비커스가 외계물질에 노출돼 변이를 일으켜 외계인으로 변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은 무기력하고, 심지어 연민을 일으킨다. 외계인 관리국에 의해 강제 이주되는 그들의 모습이 강제철거와 이주를 일삼는 세계 도처의 빈민촌을 끊임없이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영화가 내세울 유명한 이름이라고는 제작에 참여한 '반지의 제왕'과 '킹콩'의 피터잭슨 감독밖에 없다. 그나마 그는 제작에 참여한 것이지 연출은 신예감독인 닐 블롬캠프가 맡았고, 제작비는 할리우드에서는 저예산 수준인 3,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닌 문제작으로 탄생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질감은 흔히 SF에서 볼 수 있는 매끈하고 미래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영화의 외양은 인종차별과 빈민층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풍자하는 데 제 몫을 한다. 대작 SF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는다면 투박하고 잔인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영화가 거북하고, 다양한 메시지의 무게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외계인 SF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이야기와 실제라는 착각이 들만큼 짜임새 있는 연출은 잘 만든 SF를 보고 싶은 영화팬의 입맛은 만족 시킬 수 있을 듯하다. 단지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는 미국에서 수익이 1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한국에는 지난 두 달 동안 너무 많이 퍼져버린 불법 다운로드 파일과 18세 이상이라는 높은 등급이 흥행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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