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올여름 휴가는 국내서 보내자'고 강력히 호소하면서 전년에 비해 해외 여행자와 국내 여행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을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과 공항의 국내선 이용객은 각각 4.6%, 10.6% 늘어난 반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은 전년동기 대비 7.4%나 감소한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2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여름휴가가 본격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총 5,346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110만대)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실제 지난주 말에는 휴가 인파로 전국 고속도로가 심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지난 1일 오전 서울을 출발해 강릉에 도착하는 데 예상되는 소요시간은 6시간10분이나 됐다. 평소보다 2배 이상 걸리는 셈이다. 영동고속도로는 강릉 방향 덕평 나들목 110㎞ 구간 등에서 차량 행렬이 이어져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도 6시간50분이 소요되는 등 명절 못지않은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국내 공항의 국내선 이용객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김포·제주공항 등 전국 13개 공항의 국내선 이용객은 이 기간 206만3,345명으로 지난해(186만4,821명)보다 10.6% 늘었다.
매년 여행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고속도로 차량이나 국내선 이용자들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 출국자수와 비교하면 국내와 해외의 역전현상이 두드러진다.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출국자수는 같은 기간 85만4,175명으로 지난해(92만1,988명)보다 7.4% 감소했다. 해외보다 국내 휴가지를 선택한 여행객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성홍모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은 "메르스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국내서 휴가를 보내자는 캠페인을 벌인 효과 등으로 올 여름 성수기에 사상 최대인 7,801만 명이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도 국내 여행객들이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철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진흥팀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강릉·부산·제주 등 주요 휴가지에 국내 여행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느껴질 정도"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0% 가량 증가해 내수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함께 '여름휴가 국내여행 가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역시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휴가사진 컨테스트'를 진행했고, 한화그룹은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한화리조트 이용권을 지급하는 등 기업들도 국내서 휴가 보내기를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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