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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8만원에 이런 일을… 참담한 그녀
서러운 베이비시터월 78만원 받고 청소·빨래까지 도맡아4대보험 가입도 거의 없어근로환경 개선책 마련 시급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한보모(가명ㆍ53)씨는 동네에 있는 맞벌이 부부 집에서 두 살배기 남자아이를 돌본다. 하루 여덟 시간 일하고 90만원을 번다. 일자리 소개 업체가 수수료로 10만원을 떼가기 때문이다. 일은 고되다. 아이가 보챌 때마다 안아주다 보니 무릎 통증이 심해졌고 부모가 야근할 때면 일하는 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최근에는 애 엄마로부터 간단한 빨래와 청소도 같이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 양육 돌봄 서비스(베이비시터)를 하는 사람들이 저임금과 추가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31일 발표한 '돌봄노동 종사자 직무만족도 제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서울 지역 양육 돌봄 서비스 종사자 3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임금은 월 78만원(주 31시간 근로 기준)이며 전체의 65.6%가 양육과 상관없는 청소ㆍ빨래 등 가사 노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보험은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약 8%의 사람들만 가입했고 영리업체를 통해 일하는 경우 보험에 가입한 인력이 전혀 없었다. 또 경력이 보수에 잘 반영되지 않다 보니 평균 근무기간이 약 3.33년에 불과했다.
서비스 종사자들은 일을 소개받기 위해 소속기관에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의 가입비를 냈으며 영리업체의 경우 달마다 월급의 10% 안팎을 소개 수수료로 걷어갔다.
종사자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이유는 일거리를 중개하는 곳이 공공 부문, 비영리 시민단체, 영리업체 등으로 나눠진 데다 보수나 서비스 기준에 대해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기준선)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손문금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여성들의 주요 일자리 중 하나인 가정 내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정책화해야 한다"며 "서비스 제공기관들의 협력을 이끌고 지원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정책 대안으로 ▲종사자 모집과 연계 과정 공식화 ▲종사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경력 개발 프로그램 제공 ▲돌봄 서비스, 인력 운영 과정 표준화 ▲공공 부문 돌봄 서비스 확대 ▲돌봄 관련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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