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박이규 부장판사)는 12일 천안 펜타포트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받은 정모씨 등 588명이 SK건설 등 5개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건설사 측은 아파트 계약자에게 분양가의 18%와 이자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단지의 총 분양대금이 3,5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이 약 630억원의 대금을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계약자들이 돌려받는 금액도 평균 1억원 이상이다.
지난 2007년 SK건설ㆍ대림산업ㆍ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은 천안아산KTX역 인근에 백화점ㆍ비즈니스타워ㆍ수변공원 등이 어우러진 펜타포트 복합도시를 건설한다고 홍보하며 이 도시에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 793가구를 3.3㎡당 1,200만원에 분양했다. 그러나 계획됐던 백화점과 비즈니스타워 등은 2011년 입주 시점까지 지어지지 않았고 현재는 그 계획 자체가 무산된 상태다. 이에 입주자들은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계약 해지 청구는 기각했지만 건설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주거시설인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곤 하지만 이 상품이 아파트 단독으로만 구성됐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계약자들은 비즈니스타워 등 5가지 복합시설이 어우러진 주거시설을 분양 받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재 약속대로 복합도시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은 계약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계획시설 미비로 인한 손해는 분양가의 20% 상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이행의 이유에 기타 외부사정도 있기에 책임은 90%만 묻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아파트단지 내 조경ㆍ상업시설 등을 분양가를 구성하는 일부로 인정한 사실상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태진 법무법인 한신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단지 내 시설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따라오는 부가시설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해 약속과 다르게 지어지더라도 계약자들은 손해를 입은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은 상업시설 등도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로 분양 당시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설사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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