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은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시중 자금 공급량을 현재의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발표문에서 "디플레이션 마인드가 전환될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본은행의 '깜짝' 발표에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 대비 달러당 2엔 이상 하락해 111엔대로 진입했다. 2008년 1월2일 이후 6년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950원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원·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100엔당 963원57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전일보다 2원89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에 비해 13원 오른 1,068원50전을 기록했다.
갑작스런 엔화 가치 급락으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양적완화와 가파른 엔저는 당장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추가 양적완화로 일본 경제가 살아난다면 한국 경제에도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엔저가 가속화하면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의 양적완화가 일본 경제가 직면한 다급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엔저는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도 "가뜩이나 중국에 밀리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엔저로 일본과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에 대한 우려 속에 자동차·철강 등 엔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업종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주들은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만 해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 직후 떨어지기 시작해 현대차(-1.16%), 기아차(-1.33%) 등이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한편 이날 일본 도쿄 증시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과 공적연금(GPIF)의 국내 주식투자 확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5% 넘게 치솟았다.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755.56포인트(4.83%) 급등한 1만6,413.76에 마감해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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