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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29 류현진의 날

● ML 첫 완봉승<br>2피안타·7K·무4사구 완벽투… 에인절스 강타선 묶고 6승째<br>美전역 방송… 전국구 스타 발판… ESPN 홈페이지 메인화면 장식<br>매팅리 "제구·구속 완벽" 극찬



덕아웃에 있던 릭 허니컷 LA 다저스 투수코치가 전화기를 들었다. 3대0으로 앞서 있었지만 8회 초 2사 뒤 2루타를 얻어맞은 상황. 다저스는 류현진(26) 다음 투수를 준비시켰다. 하지만 류현진은 후속 타자를 4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초구 직구 뒤 3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 아웃카운트가 아니었다면 류현진의 9회 등판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공 12개로 3대0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A J 엘리스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거뒀다. 그것도 113개(스트라이크는 7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을 한 개도 내주지 않는 무4사구 완봉승.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9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LA 에인절스 강타선을 틀어막은 류현진은 박찬호(은퇴)와 김선우(현 두산)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경험한 세 번째 한국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시즌 성적은 6승2패 평균자책점 2.89.

이 경기는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제대로 멍석이 깔린 무대에서 '완벽투'에다 시즌 두 번째 2루타까지 뽐내며 '전국구' 투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ESPN 홈페이지는 메이저리그 섹션 메인 화면에 'Ryu Can Do'라는 헤드라인을 띄우고 류현진의 완봉 호투 소식을 소상하게 전했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5위가 된 류현진은 탈삼진 8위(67개), 평균자책점 16위, 투구 이닝 공동 10위(71⅔이닝) 등 주요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박찬호보다 빠르고 신인왕 노모와 동급=박찬호는 세 차례, 김선우는 한 차례 완봉승 경험이 있다.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이던 지난 2000년 9월30일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사상 첫 완봉승을 거뒀다. 강우 콜드게임으로 6회 만에 경기가 끝난 행운도 따랐다. 2005년 9월25일에는 당시 콜로라도 소속이던 김선우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9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한국인 무4사구 완봉승은 2001년 박찬호가 밀워키를 제물로 올린 후 류현진이 두 번째다. 시기로 따지면 류현진이 가장 빠르다. 완봉승을 하기까지 박찬호는 데뷔 후 6년, 김선우는 4년이 걸렸지만 류현진은 첫해 11경기 만에 해냈다. 이는 노모 히데오(일본)와 같다. 노모는 다저스 신인 시절인 1995년 11번째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둬 그해 올스타에 뽑히고 신인왕도 차지했다.



◇기분 좋은 3無=류현진의 완봉 경기에는 4사구가 없었고 홈런도 없었다. 심지어 연속 안타도 없었다. 무4사구 경기는 4월3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한 데뷔전(6⅓이닝 3실점)에 이어 두 번째. 지난 10경기에서 6개의 피홈런이 있었지만 이번엔 8회 2사 뒤 맞은 2루타 한 개가 장타의 전부였다. 최고 153㎞까지 나온 직구를 앞세운 류현진은 19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다. 2회 1사 후부터 8회 2사까지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것. 바깥쪽 낮은 코스 제구가 자유자재로 됐고 직구보다 구속이 24㎞나 느린 체인지업을 직구와 같은 투구 동작으로 던지니 에인절스 타선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9회에도 여전히 강속구(151㎞)를 던지면서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의 완투로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얻었다"며 "오늘은 류현진의 날"이라고 칭찬했다.

한편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7회 이후부터는 투구 수가 많지 않아 (완봉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계속무실점 경기를 하고 싶다. 나가는 경기마다 무실점하고 싶다"는 대담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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