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3월부터 8월말까지 주점에서 한번 사용하고 버린 빈 양주병과 마개를 재활용해 A사의 12년산 제품과 B사의 17년산 제품 등 총 15병의 가짜 양주를 제조한 다음 이른바 '삐끼주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를 이용해 술에 취한 손님을 주점으로 유인한 김씨는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미리 병마개를 딴 후 술을 내놓는 방법으로 손님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가짜 양주의 원료로 사용한 국내산 저가 양주나 손님들이 마시다 남은 술을 500㎖ 생수병 766개에 저장, 판매목적으로 주류를 보관한 혐의도 있다. 앞서 김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빈 양주병 83병, 병뚜껑 178개, 가짜양주 원료 400여 리터 등을 찾아냈다.
가짜양주는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강남 일대의 유흥주점을 돌며 진품양주병과 마시다 남은 술을 구한 김씨는 손가락 부분을 자른 고무장갑을 준비해 생수병에 끼운 후 빈 양주병을 맞대 술을 흘려넣는 방법을 택했다. 매우 단순한 방법이지만 가짜 양주를 없애기 위해 주류회사가 도입한 최첨단 방지장치나 국세청의 주류유통정보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는 충분했다. 술에 취한 상태라면 라벨 상태나 양주의 맛을 꼼꼼히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김씨의 범행은 더욱 손쉬웠다.
검찰 관계자는 "삐끼주점에서 과도한 술값을 요구한 사건을 수사하던 가운데 '술을 한 두잔 마셨을 뿐인데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했다"며 "가짜양주 제조ㆍ유통사범은 물론 이를 판매하는 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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