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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디의 Cinessay] '뜨거운 것이 좋아'

여리고… 착하고… 순수한 마릴린 먼로


매력은 반전에서 나온다. 모든 것을 갖춘 듯이 보이는 사람이 겸손하고 소박할 때,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성 혹은 잘나가는 남자가 어리숙하고 순정파일 때 우리는 매력을 느낀다. 그런면에서 마릴린 먼로는 매력이 넘치는 여배우다. 마릴린 먼로하면, 환풍기 위에서 치마를 흩날리는 <7년만의 외출>이 떠오르는 섹시 아이콘이지만, 실제의 그녀는 독서광에 사색을 좋아하고 연기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파였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 사진속의 그녀는 섹시함과 진지함이 황금비율로 섞여 더욱 빛이 난다. 이렇게 다양한 마릴린 먼로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나는 <뜨거운 것이 좋아>(1959년작)를 추천하고 싶다. 영화제목부터 그녀와 잘 어울릴뿐 아니라, 여리고 착하면서도 술에 잘 취해있고,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결국은 사랑을 ?아가는 신비롭고도 복잡한 슈거 역할과 마릴린 먼로의 실제 모습이 꽤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한 악단원 죠(토니 커티스)와 제리(잭 레먼)는 살기위해 여장을 한 채 여성악극단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만난 슈거(마릴린 먼로)를 죠가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는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코미디 영화 100편' 중 1위로 뽑힌 명작이다. 스릴러, 코믹, 로맨스가 잘 버무려진 이 영화의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도 놓칠 수 없는데, 진짜 백만장자의 구애를 받는 제리가 자신이 남자라고 해도상관없다는 듯 "누구든 완벽한 사람은 없죠!" 라는 백만장자의 대사는 지금봐도 재미있다. 여장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잭 레먼, 토니 커티스이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단역들까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지휘아래 최고의 코메디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마릴린 먼로는 꽃이자, 빛이었다. 마릴린 먼로는 언제나 배역 연구에 최선을 다했고 유명배우가 된 후에도 연기공부를 게을리하지않은 노력파였다. 섹시미, 백치미조차 각고의 노력 끝에 그녀가 얻은 훈장이었던거다.

누구보다 화려했고 많은 남자들이 열렬히 사랑했으며 코메디 영화에도 참 잘 어울리는 그녀였지만, 나는 늘 노래를 부르는 그녀 얼굴에서 '슬픔'을 봤다. 이 영화를 찍고 불과 3년 후, 1962년 8월, 마릴린 먼로는 우리 곁을 떠났다. 참 짧은 시간, 제대로 뜨겁게 살다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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