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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낙회 관세청장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에 개방… 시장 파이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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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자극 '메기 효과'로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해외 진출 면세점, 인천물류센터서 물품 공급 허용

한중 FTA 효과 극대화 위해 차이나센터 설치 지원

전자거래 물류비 절감 센터 구축… 역직구 활성화도


"한국 면세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관광객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의 첨병인 면세점 사업의 파이를 더욱 키워야 합니다.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4개 더 개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신규 사업자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 면세점 사업의 양과 질을 모두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환영입니다."

김낙회(사진) 관세청장은 지난 16일 정부 대전청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사업자들이 면세점 사업에 참여하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긴장과 자극, 위기의식 같은 적절한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다.

김 청장은 "시내면세점 사업자는 관세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 기준대로 관리능력과 경영여건·입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확충으로 그동안 고질적이었던 면세점 시장의 공급부족이 해소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면세점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세계 초일류다. 2012년 기준 세계 면세점 시장 점유율 10.5%로 2위와 3위인 영국(6.1%)과 중국(6.0%)을 크게 앞서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의 방문에 힘입어 매년 15% 이상 급성장세를 보여 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1월 투자 활성화 대책을 통해 시내 면세점을 4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3곳과 제주 1곳에 시내 면세점이 들어선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관세청이 맡고 있다. 오는 6월 입찰공고가 이뤄지고 늦어도 7월 말까지는 신규 사업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시내 면세점 입찰은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롯데·신라·신세계·한화 등 기존 사업자 외에 현대산업개발·현대백화점 등 신규 사업자들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오너 일가까지 나서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 청장은 "공식적으로 여러 번 말했지만 어느 특정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기왕에 면세점 사업을 키우기로 한 만큼 제대로 된 기업이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규 허가를 받은 면세점의 향후 매출과 관광객 수요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지금 봐서는 더 늘리면 될 것 같지만 과거 1990년대 올림픽 직후 면세사업의 붐이 꺼진 적이 있다"며 "시장을 한꺼번에 키운다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것"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은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4개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서 면세점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면세점 진출 및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진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싱가포르·홍콩·마카오 등지에서 총 12개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인천 통합물류센터에서 해외 진출 면세점에 물품을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물품 구매력이 커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 면세점에서 중소중견 기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것"이라며 "이 같은 상생실적을 평가해 면세점 허가를 내줄 때 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우리 기업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세계 2위 무역대국으로 13억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문이 열린 만큼 우리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실제 우리 기업들의 FTA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관세청이 '한중 FTA 더블(Double)-100일 특별지원' 선포식을 전국적으로 열고 지원업무에 돌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 청장은 "대중국 수출기업 3만3,000개 가운데 FTA를 활용한 경험을 가진 기업은 23%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77%의 기업들이 FTA 발효 직후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기업들의 FTA 준비를 위한 가정교사이자 주치의가 돼 사전 안내 및 사후 컨설팅까지 해내겠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은 기업들의 FTA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국 30개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했다. 농수산물·석유화학·섬유의류·전기전자·철강기계 등 5대 산업에 특화된 원산지 관리 시스템(FTA-PASS)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수출입 거래가 많은 중국 광저우·칭다오·다롄 등에 'FTA 차이나협력관'을 파견, 우리 기업의 FTA 활용지원과 통관 애로를 해소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김 청장은 "관세청은 원산지 관리와 통관 애로 해결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오랜 노하우가 구축돼 있다"며 "최근 전국 세관에 차이나센터를 설치하면서 100명의 인원을 전진 배치한 것도 노하우 전파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FTA 발효 이후에도 기업들의 FTA 활용을 위해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관세 장벽을 해소해 FTA 비포장도로가 고속도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중소기업들의 수출판로 개척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기업들의 경우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청장은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경영상의 애로를 겪는 중소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케어플랜(care plan) 제도를 운영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세청이 지난해 체납자 회생 지원과 숨은 환급금 찾아주기, 납기연장·분할납부 등으로 지원한 금액만도 3,557억원에 달한다.

관세청은 또 관세포탈 추징세액에 대한 선납부세액 비율을 기존 추징세액의 30%에서 5%로 대폭 완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FTA 사업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원재료의 원산지가 FTA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이에 맞는 원재료를 찾아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FTA 체결국인 베트남산 커피 원두에 특혜관세를 적용해 수입한 뒤 국내에서 로스팅하거나 가공품을 만들면 한중 FTA 특혜관세를 적용해 수출하고 원재료와 제품 모두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김 청장은 "FTA 비즈니스 모델을 산업별·유형별로 분류하고 모델 확산을 위해 전국 순회 설명회도 개최한다"며 "기존 성공사례를 통해 다양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세청이 올해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역직구 활성화다.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으로 국가 간 무역장벽이 허물어진 후 해외 쇼핑몰을 통한 국내 소비자의 '직접구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해외 고객이 우리나라 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 역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연 5,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한 역직구 시장이 내년에는 2배인 1조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들이 한중 FTA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분야로 역직구 시장을 꼽는 것도 이 같은 잠재력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관세청은 올해 초 업무계획에서 △전자상거래 수출신고 전용 플랫폼 구축 △페리선 활용 특송물품 해상배송 체계 △전용 물류센터 구축 등을 골자로 한 '역직구 산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김 청장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비 절감"이라며 "특히 인천과 칭다오를 오가는 페리선을 활용한 해상배송 체계를 도입하면 우체국 특급우편(EMS)보다 배송기간은 1일 정도 더 소요되지만 비용은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화물보관과 배송시설이 열악한 영세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역직구뿐 아니라 환적물량 유치가 가능한 전용 물류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이외에도 영세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 지원을 위해 역직구 수출실적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무역통계 등 역직구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He is…

△1960년 충북 괴산 △1982년 한양대 행정학과 △2010년 경원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84년 행정고시 27회 △1985년 북대구세무서 총무과장 △1992년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제국 △1993년 재무부 세제실 부가가치세과 △2001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기획조정실 정책조사관 △2010년 세제실 조세정책관 △2011년 조세심판원장 △2013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2014년~ 관세청장



세원 조달 위한 기업 압박 없다

탈세·국부유출 집중 조사… 성실납부 기업 적극 지원
김 청장의 관세행정 방침

세종=박홍용 기자

김낙회 관세청장은 "올해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세수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세원조달을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세수는 납세자의 자발적 신고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도를 넘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들을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와 저유가 기조로 관세수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수확보를 위해 무리한 관세행정을 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관세청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국내로 반입되는 수입물품에 관세 및 수입부가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관세청은 최근 몇년째 목표 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세수를 확보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데다 내수경기 침체로 수입물량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은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에 따른 원화 가치의 상대적 상승세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물품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해 관세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각종 무역거래로 발생하는 세금을 직접 거둬들이는 관세청 수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2월 기준 세수가 전년 대비 16%가량 줄어든 실정이다.

김 청장은 대신 지하경제 양성화에 관세 역량을 집중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기업을 옥죄는 관세행정은 자제하는 대신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로잡아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청장은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 3년 차를 맞아 수입 가격 조작과 밀수, 불법 외국환거래 등 악의적인 탈세에 대해 엄정하게 집중 조사를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년간 지하경제 양성화로 2조 1,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했다. 이는 목표 대비 121% 초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는 부족한 세수를 채울 수 없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성실신고가 필요한 이유다. 김 청장은 "목표 세수의 98%가량이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세금"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추가 세수확보로 마련하는 세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2조~3조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세청은 기업들의 자발적 신고를 돕기 위한 납세지원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 청장은 "대다수 성실기업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수정신고를 유도할 것"이라며 "수정수입 세금계산서 발급을 허용하고 수정 신고할 때 가산세를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파장을 일으켰던 '모뉴엘' 같은 사태 등을 막기 위해 불법 외환범죄 사범 단속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대담=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사진제공=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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