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관문인 요르단의 암만 공항. 입구에는 주황색과 흰색이 섞인 현대 YF쏘나타 택시 두 대가 수도 암만시내로 들어가려는 승객들을 기다리며 라이트를 밝히고 있었다. 암만시내로 이동하자 글로벌 시장에서 '엘란트라'로 불리는 아반떼 1세대와 아반떼XD·아반떼HD에 이어 최신 모델인 아반떼MD까지 한국차의 과거와 현재가 요르단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중고차 외에도 현대차 신형 싼타페와 K5도 심심찮게 도로를 달렸다.
국내 시장에서 오래된 연식으로 살기와 죽기의 중간인 '미생'에 놓였던 국산 중고차가 요르단에서 '완생'했다. KOTRA에 따르면 요르단 중고차 시장점유율은 현재 60%를 넘어섰다.
KOTRA 암만 무역관 직원은 "요르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은 2010년식 현대 아반떼HD와 기아 포르테, 2011년식 아반떼MD"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암만시내의 한 중고차 매매장에 진열된 중고차의 3분의2는 한국차였다. 요르단 한국 중고차 시장의 불은 지난 2008년 경쟁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량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붙었다. 한국 중고차가 요르단 시장을 잡아먹으면서 요르단 어느 자동차 정비소와 부품 업체에 가도 정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차 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압둘 하디(58)씨는 "기아 세피아를 중고로 구입해 10년 넘게 타고 있고 여동생은 쏘나타, 아내도 엘란트라(아반떼)를 타고 있다"며 "요르단에서는 일본차보다 한국차가 기술은 물론 디자인도 뛰어나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중고차 수출국가 1위인 리비아(20.36%) 수준까지 올랐다. 2007년 요르단에 수출하는 휘발유 중고차 규모는 5,484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억921만달러로 281% 늘었다. 같은 기간 1,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디젤 중고차량도 지난해 2,921만달러까지 뛰었다. 요르단이 지난해 수입한 중고차는 15만5,810대.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6만3,536대가 한국차였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요르단이 최대 중고차 수출 국가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요르단은 중고차를 수입해 인접국인 시리아와 이라크·팔레스타인으로 재수출을 하고 있어 아라비아반도의 교두보로서 가치가 높다. 요르단이 지난해 수입한 중고차 15만여대 가운데 11만대를 재수출했고 올해도 11만대 가운데 6만8,000대를 인근 국가로 다시 팔았다.
현지 무역관 관계자는 "요르단은 최근 인근 국가로 수입한 중고차를 재수출하는 중계무역이 커지고 있고 한국 신차 판매도 늘고 있다"며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요르단이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최적의 중고차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요르단이 배경으로 나오는 인기 웹툰이자 TV드라마 '미생'에서는 '중동통'으로 불리는 박종식 과장이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맡은 후 현지에 친인척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중고차 수입을 밀어주는 형식으로 비리를 저지른다. 중고차 시장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욕심을 낸 것이다. 드라마의 내용일 뿐 허구라고 봤던 요르단의 중고차 시장은 현실이었다. 요르단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두 대 중의 한 대는 한국차일 만큼 국산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컸다./요르단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