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前총리 피살로 파키스탄 政情불안 방화·총격등 시위 격화 ‘무법천지’야당등 무샤라프 사퇴촉구·총선 거부 의사배후로 알카에다說… 내란비화 우려도 높아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베나지르 부토(54) 전 파키스탄 총리가 27일 테러로 피살되면서 파키스탄이 1947년 건국이후 60년만에 최악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비상사태가 해제된 지 불과 2주도 안돼 터진 이번 사태는 파키스탄 내부 정정에 그치지 않고 9ㆍ11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대 테러전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선 당장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총선은 물론 파키스탄의 민주화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토와 함께 파키스탄 정국의 또 다른 축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사건 직후 총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이끌고 있는 그는 사건 현장인 라왈핀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무샤라프가 존재하는 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는 불가능하다"며 다른 정당들의 총선 보이콧 동참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의 시위도 격화되고 있다. 부토 암살 직후 그의 고향인 카라치는 물론 파키스탄 곳곳에서 부토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차량에 돌을 던지거나 불을 지르고 일부는 총을 쏘는 등 폭동 수준의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번 폭력 사태로 15명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00대 이상의 자동차와 은행과 관공서, 우체국 등 수십채의 공공 건물들이 방화 피해를 입었다. 외신들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이 다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파키스탄 보안군에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번 사태가 내란으로 비화되면서 파키스탄 전역이 '무법천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파키스탄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테러단체의 수중에 핵무기가 떨어지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얘기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배후로 알카에다, 탈레반, 파키스탄 정보기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알카에다를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CNN방송도 알카에다와 이슬람 과격세력들이 배후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미국 정부관리들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기반을 흔들어놓고 정국 불안을 야기하기 위해 알카에다가 벌인 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알카에다는 지난 10월이후 부토의 귀국 등은 모두 미국의 음모에 따라 진행됐으며 '미국의 자산'인 부토를 언제든 살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대담하게 총을 쏜 뒤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수법도 전형적인 알카에다의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직후 알카에다의 아프가니스탄 사령관 겸 대변인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무스타파 아부 알-야지드는 이탈리아의 한 통신사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탈레반도 이번 암살 사건의 배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탈레반 사령관인 하지 오마르가 부토 공격을 선언한 바 있고 아프간 국경지대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도 부토가 귀국하기에 앞서 "부토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코 포용할 수 없으며 우리 전사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귀국 당일 실제로 폭탄테러를 일으켜 140여명을 폭사시켰다. 또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나 군부, 안기부 등 정부 산하기관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무사랴프 대통령이 부토를 정치적 맞수로 인식해왔기 때문에 부토의 퇴장으로 이익을 얻게 된 점에 기인한다. 부토 전 총리도 지난 10월 26일 자신의 미주지역 대변인 마크 시겔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내가 만약 공격을 당한다면 그 책임은 무샤라프에게 지울 것"이라면서 "그간 무샤라프의 앞잡이들 때문에 신변불안을 느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입력시간 : 2007/12/28 17:53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