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배임죄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적용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배임행위의 범죄구성 요건이 너무나 모호한 데서 연유한다. 현행 형법에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본인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 손해를 가한 경우'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법성 판단의 관건은 '임무에 위배했다'는 고의성 여부인데 이를 가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배임죄 적용을 두고 검찰의 기소 여부나 법원의 판결에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법당국은 물론 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임죄 적용기준을 좀 더 명확히 법제화해야 한다. 선진국 일부 국가들도 배임죄를 채택했지만 법리적용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적절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라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경영진에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경영실패를 단죄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야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배임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을 높이는 게 골자다.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단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양형기준을 높이기에 앞서 배임죄의 고무줄 잣대부터 고치는 것이 순리다.
일반범죄와 달리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은 높일 필요가 있지만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판단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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