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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세계의 사설/8월 7일] 몸값 올린 북한
입력2009-08-06 18:09:28
수정
2009.08.06 18:09:28
월스트리트저널 8월 6일자
1996년 미국인 에번 헌지커가 북한에 넘어가서 잡혔을 때 당시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현 뉴멕시코 주지사)이 특사로 파견돼 그를 고국으로 데려왔다. 이번에는 북한에 억류된 두 기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직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유나 리, 로라 링 두 기자는 중국 국경을 통해 북한으로 불법 침입했다는 혐의를 받아 북한 사법당국으로부터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치적 가치가 있는 인질을 풀어주면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그 몸값을 예전보다 확실히 올려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두 기자의 석방을 이끌어 낸 것이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중요한 의문이 떠오른다. 클린턴의 방문이 오바마 정부가 향후 북한에 큰 틀의 양보를 제공할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냐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점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클린턴을 평양공항에서 직접 맞이했다는 점에서 지우기 어렵다. 그는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로서 북핵 협상을 책임지는 최고위 인사다. 물론 북한은 체제 홍보차원에서 그 자리에 최고위 외교관을 내보낸 것일 수도 있다. 미국 정부도 클린턴의 방문은 단지 인도주의적 차원이며 그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로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클린턴의 북한 방문만으로도 이미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을 벗어나 오랫동안 바랬던 북미 간 직접대화를 이루려는 시도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이번 방문은 또 남한과 일본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게 됐다. 북한은 남한 기업의 직원과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으며 일본과는 민간인 납치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남한과 일본은 클린턴이 왜 자국의 억류된 국민들도 함께 구할 수 없었는지 의심을 가질 수 있다.
클린턴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북핵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면 북한은 이를 ‘끝까지 버티면 버틸수록 더 많이 얻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다음 번에 또 미국인 인질을 잡는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몸값을 훨씬 높여서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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