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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정간의 감세안 '딜'

김창익 기자 <정치부>

김창익 기자 <정치부>

“정부 밑천 대주는 일인데 왜 당이 위험을 감수하냐는 거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안에 대한 당내 반발기류를 축약,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4정조위원장이 전한 말이다. 종부세가 세수 확보를 위한 정부 쪽 아이디어인데 왜 당이 발의하냐는 것이다. 종부세를 놓고 빚어지는 당정 마찰은 사실 여기서 시작됐다. 종부세와 관련, 발의 주체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자기 밑천 챙기는 일에 직접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정부 발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의원 발의’로 정부를 좀 도와주자고 한다. 절차상 ‘의원 발의’가 더 간단하다고도 한다. 문제는 세부담으로 인한 원성이 당으로 쏟아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진표 의원 등 반대론자들은 ‘정부 발의’를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 당 지도부는 ‘의원 발의’를 강행했다. 18일 종부세 당론 채택을 위한 의총이 사실상 반대론자들의 보이콧으로 무산되자 당 지도부는 ‘선(先)발의 후(後)당론’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반대론자 중의 하나인 이상민 의원은 “거수를 강요당하는 듯한 분위기인데 의총에는 나가서 뭐하겠냐”며 불참했다. 지도부가 친구(정부)를 돕자고 자식(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 저항은 당 지도부에도 득이 될 게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당 지도부는 정부를 한번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 전 당이 ‘소득세 1% 포인트 일률 인하’라는 감세 카드를 꺼내들어 정부는 약 2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당정간 ‘표수(票數)와 세수(稅收) 사이의 딜’은 여기서 시작됐다. 당 지도부는 정부에 2조5,000억원의 빚을 진 셈이고 이 때문에 정부의 증세안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려울 때 좀 도와주자”고 나선 홍재형 정책위원장은 소득세 감면안 발표를 할 당시 마이크를 잡아 분위기를 잡았던 당사자이다. 당정이 감세와 증세를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국민의 세부담은 U자 곡선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올 게 뻔하다. 내수 증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대규모 감세안이 당정의 정치적 ‘딜’로 인해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정은 한국형 뉴딜로 경제를 살리자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당정이 진정한 ‘딜’이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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