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정치행사 중에 양회(兩會), 즉 전인대(全人大)와 정협회의(政協會議)가 있다. 지난 3월 초 양회 기간동안 내외신 기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은 당 정치국원이며 충칭시 당 서기인 보시라이(薄熙來) 씨다. 그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인기가 높아진 데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충칭시에 부임한 2007년 그는 특유의 돌파력으로 8개월 동안 '범죄소탕전'을 펼쳐 3,348명을 체포했고 63개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했던 것이다. 혁명원로인 보이보(薄一波)의 차남인 그는 그동안 대련 시장, 요녕성장, 상무부 부장(장관급)을 거치면서 차기 국무원 총리감으로 떠올랐으나 2007년말 당 17기 회의에서 변방인 서남부 충칭시로 좌천되고 말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범죄소탕전을 성공적으로 펼쳐 대중의 관심을 모았으며 최근에는 '500만주 나무심기', '혁명운동가 부르기' 등을 적극 시행해 당 원로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필자가 보시라이 씨와 직접 대면한 것은 1998년 가을 중국농업박람회장에서다. 대련 시장 자격으로 찾아온 그에게 우리 농기계인 콤바인을 설명할 당시 훤칠한 키에 미남인데다 밝은 성격, 거기에 유창한 영어 실력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충칭시로 좌천될 때 필자는 지한파로 알려진 그가 중앙 정치무대를 떠날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한 지인에게 그의 장래에 대해 물어보자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돌아왔다. "보시라이가 사회복연(死灰復燃)이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거요." 사회복연은 한(漢)나라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 유래됐다. 옛날 서한(西漢) 시대 사람인 한안국(韓安國)은 많은 공을 세워 어사대부(御使大夫)까지 지냈는데 어쩌다 실수를 해 감옥에 갇히게 됐다. 당시 옥리로 있던 전갑(田甲)은 그가 앞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해 괴롭히고 모욕을 주었다. 분노를 억누르고 한안국이 조용히 말했다. "설마 재를 다시 태우지는 못하겠지?" 의미인즉 자신이 비록 감옥에 갇힌 신세지만 언젠가는 재기할 수 있음을 넌지시 암시해 경고한 것이었다. 전갑이 비웃으며 조롱했다. "사그라진 재가 다시 살아난다고? 내가 오줌을 싸 갈겨 꺼버리면 되지!" 시간이 흘러 형기가 만료되고 조정이 그의 능력을 인정해 재기용했다. 놀란 전갑은 종적을 감추었고 한안국은 그를 수소문했다. "전갑이 용서를 빌지 않으면 가족을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겠다." 소문을 들은 전갑은 너무 놀라 웃통을 벗은 채 찾아와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다. 한안국이 전갑에게 한 첫마디. "지금 내 몸에 오줌을 싸 봐라. 누구도 말리지 않을 것이니!" 전갑은 너무 창피해 고개를 숙이고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에 한안국은 불쌍히 여기고 용서했다. 본래 사회복연은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힘써 나가라는 격려의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좋지 않은 일이 없어지지 않고 다시 발생한다는 의미로 변질돼 세력을 잃은 사람이 다시 득세하는 경우를 비유하기도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