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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의 한 전시장. 알록달록한 풍선 여러 개가 뒤엉킨 거대한 전시물이 공중에 떠 있다. 진하게 화장한 괴수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어머, 이거 비닐봉지 아냐?"라며 놀라운 탄성을 내뱉는다. 일회성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비닐봉투에 아웃도어 기능성 원단(네오벤트)을 결합한 미술작가 이병찬의 작품은 자연계의 섭리를 이탈한 생명체를 형상화했다. 관객들은 작품 설명을 보고 나서 깨닫는다. 아웃도어 의류에 사용되는 기능성 원단의 이름이 '네오벤트'이고 그 원단을 만드는 회사가 어떤 곳이라는 점을.
오묘한 작품이 눈을 사로잡은 이곳은 '2014 코오롱(002020) 여름문화축제-인피너티'전이 열리는 '스페이스K'다. 스페이스K는 깊이 있는 문화예술 지원과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 나눔을 목표로 코오롱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코오롱 과천 본사와 서울ㆍ대구ㆍ광주에서 운영 중인 스페이스K는 신진작가나 유명작가들의 협업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코오롱이 스페이스K로 벌어들이는 금전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공유가치경영(CSV)'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가까운 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일방 지원을 넘어 '윈윈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이 소재기업인 만큼 다양한 소재를 예술 작품에 활용해 홍보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롤(금박원료), 에버레이(광확산 필름), 샤무드(신소재 인조피혁) 같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소재가 예술작품의 주요 재료로 사용된다.
황인성 스페이스K 큐레이터는 "대중에게 소재는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예술작품의 재료로 활용될 경우 관객에 자연스레 노출되고 이를 통해 코오롱과 제품을 홍보하는 금전적 이득 이상의 마케팅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웨이 역시 지역사회 문화 공간을 제공하면서 자사 제품을 알리는 한편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석삼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암웨이 미술관에서는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 전시와 함께 지역 주민을 위한 예술교육이 이뤄진다. 2011년 10월 개관 특별전인 '한국미술100년 전(展)-삶 자연 예술'에서 박수근·이중섭·이인성·백남준·구본창·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25명의 회화와 조각, 비디오아트, 사진, 설치작품 등 32점이 전시됐다. 이인성의 미공개 수묵화와 개인 소장가가 처음 전시를 허락한 이우환의 작품 등을 비롯해 작품 대부분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유족 소장품이어서 미술계와 미술애호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갤러리는 건물 1층의 암웨이 브랜드 체험 및 판매 공간과 연결돼 방문객은 자연스레 암웨이 브랜드를 접한다. 1층 '아티스트리존'은 피부측정을 받고 유분, 수분 상태, 모공 크기, 주름 깊이 등 피부 상태를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리 화장품 제품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셀프 테스트 존도 마련돼 있다. '뉴트리라이트존'은 혈압측정과 체성분 측정,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영양 상담을 받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티스트리와 뉴트리라이트는 각각 암웨이의 대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다.
윤효정 암웨이 브랜드 체험센터 차장은 "최근 문화 마케팅을 단순한 공연이나 행사 지원이 아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암웨이 브랜드 체험 센터와 갤러리 역시 같은 의미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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