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 라인에 놓인 강남지구·판교·분당 정자에서 최근 3달간 4,000여가구의 오피스텔 입주가 몰리며 이들 지역은 물론 인근 문정지구까지 임대료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오피스텔에서 보기 힘든 전세는 물론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급매물도 간간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 및 입주 쏠림이 예상되는 지역의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강남·분당·판교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지구·판교신도시·분당 정자동에 지난 9월부터 오피스텔 입주가 대거 이뤄지면서 임대료가 동반 하락하는 모습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이들 세 지역의 9~11월 입주물량은 4,000여가구에 이른다.
9월부터 '강남 푸르지오 시티 2차', '강남 힐스테이트 에코', '강남 지웰 홈스' 등 오피스텔 3개 단지의 입주가 이뤄진 강남지구는 18~23㎡(이하 전용면적)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에서 대거 계약됐다. 이는 입주한 지 10년도 넘은 수서역 인근 오피스텔의 월세 60만원보다 10만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오는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판교 SK허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매물이 간간이 등장하고 있고 10월 말 입주를 시작한 정자동 '정자역 엠코헤리츠'의 임대료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판교·정자에서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오피스텔의 월세가 7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임대료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전세 및 급매물로 나온 오피스텔도 종종 눈에 띈다. 강남지구 전세는 1억2,000만원, 판교·정자는 1억4,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대리는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오피스텔을 전세로 내놓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잔금을 치를 여유가 없어 부득이하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계약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내놓은 급매 물건도 종종 나오고 있다. 정자동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1,000만~2,000만원 가량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적어 손절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역월세난은 이들 지역 오피스텔의 주 수요층이 강남권 출퇴근자로 겹치는 상황에서 입주가 몰리며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남지구는 분당선 수서역까지 버스로 두 정거장이면 갈 수 있고 판교와 분당 정자동도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2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다. 이들 지역과 수요층이 비슷한 문정지구의 오피스텔 임대료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4월까지 월세 7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던 '송파 한화오벨리스크'와 '송파 푸르지오 씨티'는 최근 월세 65만원의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수도권 동남부의 오피스텔 공급 과잉 및 입주물량 쏠림은 예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오피스텔이 과잉 공급될 경우 초기 공실이 발생해 임대료는 물론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수 있어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오피스텔은 수년 전 공급물량이 적어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가 투자에 적합했다"며 "1억~2억원의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처를 찾고 있다면 조금 대출을 끼더라도 마곡지구 같은 유망지역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