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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이상기온과 봄
입력2005-03-25 17:26:01
수정
2005.03.25 17:26:01
박정래 <시인·제일기획 미디어전략연구소 소장>
3월은 어느 해나 춥고 움츠리던 겨울을 털고 봄을 갈아입는 달이라고 한다. 지난 20일은 봄의 절기인 춘분이다. 입춘ㆍ우수ㆍ경칩을 지나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으나 낮이 길어지기 시작해 생동하는 봄을 체감할 수 있는 절기라고도 할 수 있다. 춘분이 되면 농사꾼들은 엄숙하게 흙을 일궈 씨를 뿌릴 준비를 하고 들은 다시 하나 둘 녹색으로 덮이기 시작한다.
지구촌 곳곳 기상이변·환경오염
농업을 주로 하던 우리 조상들은 일년을 24등분해 절기로 나누고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각각 여섯개의 절기를 둬 자연의 징후에 따라 생활을 하며 때를 맞춰 사는 방법을 습관으로 했다고 한다. 이는 태양이 황도상에 머무는 위치에 따라 각 시기의 특징적인 날을 지정해 계절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어찌 보면 매시기에 순응하고 꼭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웃과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매우 현명한 생활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3월 초,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에는 전국적인 폭설이 내려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고 올봄 꽃샘추위는 꽃샘추위라고 하기에 좀 지나친 바람과 추위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지난해 3월에도 서울의 교통을 마비시켰던 폭설대란이 기억난다.)
이처럼 최근 몇년간 지구촌 일기(日氣)가 과거와 다르다고 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푸껫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ㆍ인도ㆍ태국 등 서남아시아를 쓸고 간 쓰나미처럼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이 세계 어디서나 목격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일본 후쿠오카 앞바다의 강진이 일본을 강타하고 한반도 이남을 2도에서 4도의 진도로 흔들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와 같은 이상 징후는 이제 어느 곳이나 예외일 수 없으며 97년 교토에서 합의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의 결과에 따라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통제하는 교토의정서가 우리에게도 2월16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까닭에 기상의 경제학, 기상 마케팅과 같은 기후, 자연 변화와 관련된 경제론, 마케팅,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고 기후는 기업의 활동이나 일반인의 생활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자연질서 회복과 산업화 국가들에 의해 오염된 자연 환경을 되찾기 위해 범세계적 차원에서 소비자 개개인까지 친환경적인 상품이나 웰빙형 삶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으면 천근만근의 무게로 몰려오는 춘곤증과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는 환절기 피로가 아직도 건재한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힘을 온몸에 전달해주고 있다.
'무너지는 자연질서' 회복해야
월급쟁이들에게 뜬 소문처럼 무성하기만 한 연봉계약 수준, 정든 조직을 갑자기 떠나는 사우들의 고별.
줄어드는 신입사원들의 인사 소리, 매년 달라지는 직장의 분위기와 낮아지는 임원들의 평균 연령, 마치 정점에 도달한 듯한 직장 내 필자의 위치에서 위와 아래를 보면 한 가지 분명하게 느껴지는 현상은 있나 보다.
우리 사회도 이미 많은 기상 이변을 겪고 있으며 간헐적이나 그 주기가 짧아지는 기상 이변 속에 또 한해 푸른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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