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일산의 A고교에서는 점심 급식을 먹은 학생 140여명이 설사와 구토 등의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다음날인 12일 경기도 평택의 B중·고교에서도 학생과 교직원 등이 점심 급식을 먹은 뒤 복통과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의 C중학교도 점심 급식을 먹은 학생 173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틀 사이 3개의 학교에서 400여명이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에 걸린 것이다. A학교와 C학교는 급식 메뉴 중 김치를, B학교와 C학교는 족발을 각각 같은 업체에서 납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속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하는 데 대한 원인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상급식의 확대로 시설에 투자하지 못해 식중독이 자주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무상급식 시행 학교가 4년새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급식시설에는 충분한 예산이 투자되지 못해 노후화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진보성향 단체는 "C중학교의 경우 친환경 유통센터 이용을 끊고 일반 유통업체 식자재를 사용한 지 엿새째 되는 날 식중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서울시의회 민주당협의회 등도 "이번 식중독 사태는 예견된 것이며 문용린 교육감이 친환경급식제도를 후퇴시켜 발생된 것"이라고 서울시교육청을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친환경 농산물 사용비율은 기존 60~70%에서 50% 이상으로 낮추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C학교 식중독 원인으로 추정되는 족발은 공산품이어서 농산물만 다루는 친환경유통센터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라며 "센터를 이용하지 않아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관할 보건소에서 남은 음식과 학생들의 가검물을 기반으로 역학조사를 하고 있으며 결과는 7일에서 10일 정도 뒤에 나올 것 같다"며 "통상 3월에는 식중독이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편이어서 지난달에 식약처 등과 합동점검도 벌이고 식중독 예방 관련 공문도 미리 발송했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확대와 친환경 농산물 사용량 감소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원인을 추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들어 학교 급식에 따른 식중독 건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38건(3,436명), 2011년 30건(2,061명)에 불과했던 전국의 식중독 건수는 2012년 54건(3,185명), 2013년 46건(2,259명) 등으로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총 7건의 식중독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28.57%(2건)가 3월에 발생했다. 당시 역학조사 결과 보존식에서는 식중독균이 나오지 않아 원인불명으로 처리된 바 있다.
교육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익히지 않은 음식 등 세균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식품은 식단에서 제외하고 가열조리 제품은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는 등의 내용을 시도 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에 지도했다. 또 급식 후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2명 이상 발생하면 즉시 담당 보건소와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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