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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답다'는 것
입력2007-08-28 17:13:55
수정
2007.08.28 17:13:55
요즘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주변에는 무거운 먹구름이 깔린 듯하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약세로 촉발된 실적악화 때문에 삼성전자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탓이다.
기자가 만나는 일선 부서장들도 구조조정 얘기만 나오면 저마다 손사래를 치기 바쁘다. 그만큼 전체 구성원들의 생사가 달린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속마음을 들어보면 “밤에 잠이 잘 안온다”거나 “업무시간 중에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하소연이 들리곤 한다. 하기야 최근 들어 헤드헌팅 업체에 삼성맨의 이력서가 수북이 쌓였다고 하니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흔히들 기업을 생명체에 비유하곤 한다. 창업해서 성장기를 거치고 정점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는다. 심지어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을 채 넘지 못한다는 실증적 통계까지 있을 정도로 오랜 업력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내부에선 으레 그렇듯이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며칠 전 점심을 함께 먹던 한 부장은 감원에 대한 분위기를 슬쩍 떠보자 “실적 좋다고 마구 뽑아놓고 이제 와서 밑에다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며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은 늘상 30년에서 끝나는 평범한 회사가 아니라 백년을 가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을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새로운 상품과 영역을 창출, 2위권 기업들이 좇아오도록 하는 그런 선도기업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백번 맞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백년기업이 되려면 망망대해에서 블루오션을 향해 제대로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전 임직원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전례가 없는 기업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계열 경제연구소장을 내세워 “위기론은 내부용일뿐 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록 기흥반도체공장이 초유의 정전사태를 겪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사고 덕택(?)에 낸드플래시 가격은 20~30%나 올라 오히려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분명 외부에서 지적하는 삼성의 위기론은 아직 현실보다 훨씬 멀리 가있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 내부 구성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전혀 삼성답지 않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충격요법도 좋지만 ‘인재제일’을 자부해온 삼성답게 내부를 소중하게 추스리는 모습도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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