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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탈출이냐 잃어버린 10년 진입이냐… 갈림길 선 유럽

그리스·영국·스페인 잇단 총선 정치 리스크 구조개혁 발목 우려<br>유가급락으로 기대 인플레 하락 고부채·저성장·저물가 덫 걸려<br>ECB 22일 대규모 양적완화 결정땐 유로존 경제회생 기회도 남아


지난해 경기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이 올해 위기탈출과 잃어버린 10년 진입의 갈림길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종 선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시행 여부, 디플레이션 진입 여부 등 새해 유럽의 행보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새해 벽두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이 금융위기 이후 8년째 경기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수년간 성장 가능성이 희박해 결국 '잃어버린 10년'을 채울 듯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정치 리스크가 갈 길이 먼 유럽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오는 25일 치러지는 그리스 총선도 변수다. 긴축반대와 반유로존 통합 성향인 급진좌파정당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에 대한 불안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 급진좌파의 집권은 각각 5월과 12월로 예정된 영국과 스페인 총선에서 반유럽 정서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난에 지친 유럽 유권자들은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긴축강요에 대한 반발감이 커지고 있다. WSJ는 "이 같은 정치지형 변화는 노동과 상품 시장에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극좌정당의 득세를 저지하기 위해 결국 유력정당들이 연금·복지·노동·시장 개혁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또 유가급락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은 지난해 하반부터 유럽을 덮치고 있는 복병이다. 이미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진입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ECB의 피터 프랫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당기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0%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심지어 중국 인민은행마저 최근 통화정책위원회 성명서에서 유럽의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걱정을 내놓았을 정도다.



저물가는 전 세계 공통의 과제지만 문제는 유럽이 고부채·저성장·저물가 등 세 가지 최악의 경제조합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WSJ는 "유가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유럽 소비자들이 소비를 뒤로 미루고 저축에 치중해 저성장이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인플레이션 유발을 통한 실질채무 완화나 성장을 통한 부채상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부채의 족쇄에서 풀려날 길이 요원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모리츠 크레머 애널리스트는 100여년 전 1차 세계대전 시점을 상기시키면서 "부채 부담은 사회통합과 정치안정에 위협요인"이라며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회는 남아 있다. 우선 지난 위기를 겪으면서 ECB의 유로존 구하기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검증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로존 붕괴에 대한 걱정은 예전과 같지 않다.

또한 ECB가 22일 대규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유럽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프랫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을 위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추정치인 0.8%보다 높은 1% 초반대 성장으로 예상하는 것도 ECB의 양적완화 성공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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