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6세기 이란 고지대를 중심으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방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지역을 통치했던 페르시아 제국, BC 8세기 서구를 상징하는 초강대국 로마제국, 중국의 황금기를 누렸던 7세기 당나라, 13세기 유럽을 삼킨 몽골제국, 17세기 세계 최대의 해상국가 영국… 한 때 세계를 제패했던 제국들이다.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제국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계 미국인 2세인 에이미 추아 미 예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그 열쇠를 ‘관용’에서 찾았다. 새로운 국가가 기틀을 마련하고 성장하는 데는 사회 각 분야에 인재가 필요한 데 적정 자격요건만 갖추면 이질적인 집단도 제국의 시민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 그들의 노동력과 두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제국의 관용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평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정치적ㆍ문화적으로도 동등하게 대우했다. 그러나 관용을 밑거름으로 성장한 제국이라고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푼 것은 아니었다. 로마인들은 이질적인 배경을 지닌 전사들로 거대한 군대를 꾸렸지만, 로마인 만이 신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켈트족은 ‘완전히 야만적인’ 종족으로, 칼레도니아인은 ‘늪 속에서 사는 벌거숭이’이라며 경멸했다. 쓸모있다고 여기는 집단 외에는 무참히 진압하기도 했다. 칭기스칸의 휘하 무리들은 시체를 끌어다 해자(垓子)를 메우는 데 썼으며,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은 인종주의와 미개한 인종을 개도하는 것이 백인이 져야 할 짐이라며 생색내기도 했다. 즉 제국의 관용은 선택적이었고 상대적이었다. 미국은 관용을 통해 세계적인 패권국가로 성장한 전형적인 사례로 저자는 손꼽는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몰려든 이민자들 중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앞서나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적으로도 세계 최강국 자리에 올랐다. 노예제도라는 비인권적인 악습을 유지했던 미국이지만 민주주의에 입각한 사회정신으로 인권문제 해결의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던 1960년대에는 내부적으로 관용이 통하던 사회였다. 내부결속력을 의미하는 ‘접착제’가 강력했으며,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시기도 이때였다. 번성기만 보면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은 그러나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제국이 관용의 미덕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던 시점과 일치한다고 저자는 보고있다. 지금 미국이 그러한 시점이라는 것. “경쟁 상대가 없는 막강한 군사력과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무장한 세계 최초의 초강대국 미국이지만,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대테러 사건 이후 세계는 미국의 쇠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 저자는 역사 속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의 위기를 말한다. 내부적인 ‘접착제’는 아직 단단하지만, 외부적인 ‘접착제’는 느슨하게 풀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고대 로마제국처럼 주변국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되레 ‘야만적인’ 몽골제국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미국을 향해 새롭게 도전하는 국가로 중국ㆍ유럽연합ㆍ인도 등을 지목했다. 저자는 세 지역 중 가장 유력한 곳으로 인도를 꼽았다. 유럽과 중국은 외부인에 대한 혐오감이 커 미국에 도전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인도는 경제적인 성장과 아울러 16개의 공식언어와 수천개의 종교를 인정하는 유례없는 다원주의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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