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코리아에 과태료 처분을 내림에 따라 향후 애플의 반응과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일부가 준비중인 집단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개인 위치정보 무단수집이 국내법 위반임을 밝혀 향후 무분별한 정보수집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는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약 300만명에 달하는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들의 피해에 비해 제재수위가 턱없이 낮아 외국계 글로벌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애플·구글의 위치정보수집은 국내법 위반"= 지난 4월이후 방통위가 애플코리아·구글코리아에 대해 벌인 조사의 핵심은 애플·구글이 개인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했는지와 개인을 식별해 위치정보를 수집했는지 여부다. 방통위는 조사 결과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주변 기지국 및 와이파이(WiFi)중계기(AP)의 식별번호, 위도, 경도 등 정보를 개인을 식별하지 않은 형태로 수집한 것을 확인했다. 위치정보를 제공할 때도 휴대폰 가입시 위치정보 관련 이용약관과 위치기반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최초 구동시나 설치때 동의를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동의절차를 거쳤다면 정보수집행태 자체가 위법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부 아이폰은 지난해 6월부터 약 10개월동안 가입자가 위치서비스를 껐어도('끔'으로 설정) 위치값이 애플 서버로 전송됐고 서버가 기지국 위치값을 아이폰으로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치서비스를 끈 것은 사실상 사용자가 사용동의를 철회한 의미이기 때문에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다만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동의철회가 가능하고 이 경우 위치정보가 구글 서버로 전송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됐다. 또 애플과 구글은 위치정보 데이터베이스(DB)일부가 휴대폰에 저장되도록 설계된 캐쉬(cache·고속기억장치)를 암호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캐쉬저장이 필요한데, 최장 7일정도 저장하면 기능상 무리가 없는데도 10개월정도의 정보를 쌓아놓은 셈이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과장은 "지난 5월이후부터는 아이폰 캐쉬안에도 7일보다 오래된 위치정보는 삭제토록 프로그램을 바꿨다"며 "다만 현재 애플·구글 모두 암호화는 안되지만 올 하반기 운영체제(OS)를 업데이트시키면서 암호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법 결론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해외에서도 위치정보 무단수집과 관련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위치정보보호법은 국내에만 있다. 따라서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첫 사례인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위치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제제를 내리지 못해 글로벌IT기업이라서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애플이 위치정보 앱 종료후에도 정보를 서버로 전송한 점이 사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위치정보를 수집·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위치정보보호법(제15조 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과태료 3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또 애플과 구글 모두 암호화 조치에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시정명령을 내렸다. 위치정보보호법 16조는 '위치정보사업자는 위치정보 누출, 변조, 훼손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방화벽의 설치나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활용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방통위는 영업정지(1~3개월 이하)나 사업정지를 대체하도록 위치정보사업 매출액의 200분1~200분의 3 수준의 과징금부과 등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300만명이 넘는 아이폰 가입자 편리성을 감안해 사업정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과징금도 애플,구글이 위치정보 제공에 따로 요금을 받지 않아 사업규모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과징금 부과도 불발됐다. 애플등은 방통위 결정에 즉답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집한 정보가 기지국과 중계기 위치로 이동성이 없어 위치정보로 볼 수 없다는 등의 논리로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방통위에 주장해왔던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집단소송에도 영향 미칠듯= 이번 방통위의 판결은 현재 진행중인 아이폰 위치추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경남 창원에 자리한 법무법인 미래로는 1차 아이폰 집단소송인단을 모집, 총 2만7,802명을 모은바 있다. 현재 아이폰 집단 소송 관련 카페만 수십여개에 달하는 등 이번 위치추적과 관련한 누리꾼들의 관심도 높다. 특히 국내 아이폰 이용자 수가 300만 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통위 판결에 따라 향후 추가 소송인단 모집시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이인철 변호사는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집단 소송 판결 시 소송인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GS칼텍스의 경우 개인정보 유츨과 관련해 행정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사법부가 배상책임을 내리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방통위의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아이폰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미래로 또한 이번 방토위의 판결로 크게 고무돼 있다. 미래로 소속의 김형석 변호사는 "이번 방통위의 판결은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수집했던 애플의 불법 행위를 밝힌 것으로 이번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소송인단 추가 모집과 관련해서는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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