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은 없다. 이제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또는 G밸리로 불린다. 아침 출근길 구로디지털단지역(옛 구로공단역) 입구에는 물밀듯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방향으로 인파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입주기업 1만개. 근로자 13만명. 지식산업센터로 불리는 아파트형 공장 100개. 서울 도심에 중소기업이 이처럼 밀집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형 산업단지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어둡고 삭막한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어느 순간 아파트형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섰고, 이 같은 소리 없는 작은 움직임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G밸리는 21세기 10년의 문턱을 이렇게 숨가쁘게 넘어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앞으로도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단지로 자리잡으려면 지금껏 노력해온 것보다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면서 수출입국을 이끌었던 구로공단의 신화가 여공들의 꿈과 애환이 서린 섬섬옥수로 빚어낸 것이라면 G밸리의 새로운 성공신화는 넥타이 바람이 몰고 온 것이다. 규모에 비해 열악한 도로사정과 교통정체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지만 넥타이 부대로 변신한 구성원에 걸맞은 G밸리의 독특한 산업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보기술(IT) 집적지가 되면서 개인주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문화ㆍ교육수준을 높여 마음의 벽을 허물고 우수한 기업문화를 확산시켜 G밸리 가족들의 삶을 보다 여유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크고 작은 산학연 교류회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진정한 산업클러스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봐도 될 것이다. 이러한 역동성을 수용하고 고양시킬 수 있도록 일과 쉼터, 문화가 공존하는 명품거리를 조성하고 컨벤션센터, 디지털아틀리에, 광장, 공연장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