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예년보다 빨리 추운 날씨와 눈폭풍이 몰아치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미 경제에 복병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가능성이 낮지만 이번 겨울에도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한파가 재연될 경우 강달러의 부작용과 맞물려 미 경제회복세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 등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미 동부지역에 북부 메인주부터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눈과 비를 동반한 겨울폭풍이 몰아닥쳤다. 이날 오후 670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3,460여편의 운항이 연기되는 등 총 4,000여편의 항공 스케줄이 차질을 빚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뉴욕주나 뉴잉글랜드 지방의 산간지역에서 눈이 10~20㎝ 쌓일 것이라며 이번 추위가 미국의 최대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2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주에는 이달 중순에 한해 적설량과 맞먹는 눈이 이틀 만에 쏟아지며 38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를 기록했다.
이처럼 이상한파 조짐이 나타나자 미 경제가 올해 초와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겨울 미 전역에 불어 닥친 한파와 폭설이 소비와 기업투자·고용·주택 등에 전방위 타격을 주면서 미 성장률은 올 1·4분기 -2.1%로 급락했다. 특히 올겨울 미국에 혹한이 닥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지난해보다 부진한데다 미국 역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이미 추운 날씨의 영향권에 든 모습이 역력했다. 10월 가계 소비지출은 전달보다 0.2% 증가했지만 예상치인 0.3%에는 못 미쳤다. 날씨에 민감한 사업부문의 해고가 늘어나면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2만1,000건 늘어난 31만3,000건을 기록하며 전망치인 28만8,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날씨에 민감한 사업 부문에서 해고가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겨울 눈폭풍이 여행계획은 물론 경제 지표마저 망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추운 날씨 등을 이유로 미 4·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5%로 내렸다.
물론 미 경기회복세는 아직 견조하다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소매업체들의 매출도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는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연말 쇼핑시즌까지 합치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지난해와 같은 극단적인 한파가 실제로 닥칠지 여부다. 현재 미 주요 분석기관들은 대부분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한파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적도 중앙이나 동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서 따뜻한 해류가 미 서부해안을 따라 북상할 경우 북극의 한랭기류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를 위로 밀어 올리면서 미 중부나 동부 지역에 한파가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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