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 자동차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FCEV는 미래 자동차의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궁극의 친환경 차량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현재 생산 중인 '투싼ix FCEV'의 뒤를 잇는 차세대 보급형 FCEV를 2017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차세대 FCEV는 최대 출력 122마력(90㎾), 최고 속도 160㎞/h로 주행성능은 투싼ix FCEV와 비슷하지만 가솔린차 기준으로 환산한 연비를 ℓ당 35㎞ 이상으로,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최대 주행거리는 790㎞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는 목표다. 이는 투싼ix FCEV의 연비(29.6㎞/ℓ)와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594㎞)에 비해 대폭 개선된 수준이며 가격 역시 큰 폭으로 낮추겠다는 게 현대차 측 복안이다.
이 같은 현대차의 행보에 맞서 일본 도요타는 최초의 FCEV 출시를 올해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차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투싼ix FCEV의 리스 판매를 시작하는 등 최초의 수소차 양산 업체로서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로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도요타는 FCEV 기술도 이미 개발을 끝낸 상태지만 그간 출시 시기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요타가 지난달 미국 전기 스포츠카 업체인 테슬라와의 협력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세단형 FCEV 양산 개시 시점을 당초 내년에서 올해 말로 변경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미래 자동차의 축을 전기차에서 FCEV로 옮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단이다. 같은 일본의 혼다 역시 내년에 FCEV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 또한 일본 업계가 FCEV 시장을 선점하게 하는 데 지원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한 해만 전국 대도시에 100여 곳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며 관련 기술 표준화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아래 엔저로 얻은 이익을 연구개발(R&D) 부문에 대거 투입하고 있어 FCEV 부문에서도 곧 세계 선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점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차량 가격과 부족한 수소 인프라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숙제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FCEV인 투싼ix FCEV는 가격이 1억5,000만원이다. 캘리포니아에서의 리스 비용도 월 499달러로 투싼 가솔린 모델의 두 배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7년 출시될 차세대 수소차는 가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며 "2020년부터는 보조금 혜택을 감안했을 때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 인프라는 앞으로도 전기차보다 열악할 가능성이 높다. FCEV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 2000년 '2010년까지 200개의 수소차 충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캘리포니아의 수소 충전소는 건설 중인 것까지 포함해 26개에 불과하다. 전기차와 달리 집에서 수소 충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도요타·혼다 등이 손잡고 수소 인프라 구축에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2015년부터 전세계 FCE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2050년까지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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