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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
입력2008-01-29 16:53:40
수정
2008.01.29 16:53:40
입사 초기인 1990년께의 일이다.
평소 거래하던 협력업체 중에 대형 집진설비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있었는데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들려와 부랴부랴 경기도 현장을 찾아갔다. 철물 등을 주로 만드는 그 회사의 형편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소문해봤지만 일단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그 협력업체는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부도를 내고 말았다.
공장을 찾아가보니 볼트ㆍ너트를 공급하던 소액의 공급자부터 고가의 물품을 대량 공급하는 사람들까지 부도난 어음을 손에 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던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와중에 만난 40대 후반의 용접기사의 이야기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분은 평생 일용직으로 지내오다 뒤늦게 정규직으로 옮긴 이후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 늦게까지 일해오다 날벼락 같은 사태를 맞은 탓에 망연자실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용직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훨씬 높았던 때였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입사했다는 얘기도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하나같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10년도 지난 요즘 문득 옛날 일이 떠오르는 것은 그때 만났던 보편적이고 소박한 소망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 들어설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열심히 뛰는 것을 보면 모두가 이제는 뭔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떠돌아 다니고 단돈 몇 푼 때문에 범죄가 빚어질 정도로 우리네 삶은 그저 팍팍하기만 하다.
모쪼록 올해에는 기업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해 이 땅의 가장들이 소중한 일터를 잃는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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