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미래는 새로 출범하는 권력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현 정부는 개혁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대보다 후퇴한 느낌입니다."
미국에서 손꼽힌 중국 경제통인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57ㆍ사진)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버블경제의 후유증은 어느 나라에서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에 대한 과다투자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다한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유럽 등의 침체로 인한 수출둔화 또한 중국경제의 또 다른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라디 박사는 내수, 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수년 동안 묶어 놓은 덕분에 부동산에 대한 과다한 투자가 촉발됐으며, 가계의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소득세를 깎아주고, 건강, 사회보장 등에 정부지출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개혁은 현 권력보다는 10월 선출될 새로운 권력의 몫이라고 라디 박사는 덧붙였다. 라디 박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징시 서기 스캔들을 둘러싸고, 중국의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 10월 예정된 권력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사태가 매일 진전되고 있어서 매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의 정치적 격동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동요가 없고,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분열 역시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때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놓고 볼 때 예정된 권력교체까지 뒤흔들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1ㆍ4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8.1%로 떨어지면서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착륙(hard landing)의 기준이 여러 가지인 만큼, 단순히 경착륙 할 것이냐, 아니냐라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다만, 앞으로 중국이 상당기간 경제 성장률 둔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수출이 둔화되고, 과열됐던 부동산시장이 정상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경제는 두 개의 큰 역풍이 동시에 맞고 있는 셈입니다. 부동산에 과다 투자가 이뤄진 이후 상당기간 저성장을 겪게 되는 것은 세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부동산 버블 문제를 자세히 짚어주시죠.
▦최근 나온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 주택착공실적은 전년에 비해 0.3%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아직 진행 중인 투자는 많습니다만 신규투자는 이제 정체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거용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마디로'아웃라이어(outlierㆍ국외자)'입니다. 지난해 주거용 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였고, 2003년 이후 10년 평균은 7%가 넘습니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이런 통계를 본적이 없습니다.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성장과 도시화를 먼저 경험한 타이완이나 다른 국가들의 경우, 많아야 4%였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미국도 이 비율이 최대 6%였고, 지금은 2%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경기가 급속하게 둔화된다면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동원할까요.
▦네. 중국 정부는 급작스런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동원했던 대규모 부양정책은 불가능합니다. 당시 중국정부가 취했던 부양책 가운데,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 프로그램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중국은 5년 정도 걸릴 인프라를 2년만에 다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3년 마다 이런 정책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금융위기 직후보다 중국정부나 가계가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가계부채는 주택수요증가와 더불어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더 이상 빚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국 정부가 부양을 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소비확대를 위한 정책적 대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중국 경제가 수출과 부동산에 덜 의존하고,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금리에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market oriented interest liberalization)이 가장 핵심입니다. 중국은 수년동안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묶어놓았습니다. 이는 빚을 지는 사기업이나 국영기업들에게 좋은 것이지만, 저축을 하는 가계의 소득을 줄어들게 했습니다. 중국의 가계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저축을 해야 했고, 이러한 요인으로 소비는 제한됐습니다. 자원배분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한편 실질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자본이 투자될 수 있도록 금리의 기능을 살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맞습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얘기한 것처럼 중국경제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입니다. 투자가 전체 GDP 성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7년 연속으로 말입니다.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과정을 살펴 보면 투자비중이 GDP의 40%를 넘는 적은 겨우 1~2년 정도에 그칩니다. 중국의 과다 투자의 중심에는 주택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정책의 전환을 통해 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금리정책의 변화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금리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금리를 통해 누가 이득을 봤습니까.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는 베이징의 부유층, 기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지방정부 등의 기득권층입니다.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층인 이들의 저항이 불 보듯 뻔합니다.
-최근 중국정부는 달러에 대한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1%로 확대했습니다. 위안화 절상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봐도 될까요.
▦위안화는 거의 대부분 하루 0.5% 범위내에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기준가격은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이번 조치는 점진적인 외환시장 자유화의 일환으로 보여지지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환율에 대한 중국중앙은행의 개입도 여전하구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환율 문제를 더욱 거세게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경제상황의 변화에 한국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면 세계 상품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나게 될 것이란 의미죠. 따라서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등 원자재 수출국가의 경제에 부정적입니다. 자본재 수출을 하는 한국기업들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소비재 시장에서도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 라디 박사는 니콜라스 라디 박사는 미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중국 경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미 중북부에 위치한 위스콘신주 출신인 그는 위스콘신주립대에서 화학교수를 역임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여러 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을 알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지난 1968년 위스콘신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3년 현재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예일대학 부교수(국제무역 및 금융), 워싱턴대학교수,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다양한 대학과 씽크탱크에서 연구했다. 라디 박사는 초당적인 미국 외교 정책ㆍ국제 정치 문제 연구 기구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회원이며 차이나 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왕성한 집필활동과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들에도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종종 밝히고 있다. ◇약력 ▦1946년 위스콘신주 출생 ▦1968년 위스콘신 대학 졸업 ▦1975년 미시간대학 경제학박사 ▦1975~1983년 예일대학 부교수 ▦1985~1995년 워싱턴대학 교수 ▦1995~2003년 브링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요저서: 금융위기 이후의 지속 가능한 중국경제성장(2012년), 중국 외환정책의 미래(2009년), 중국의 세계경제 통합(2002년), 중국의 끝나지 않은 경제혁명(1998년)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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