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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통화정책 독립성과 한은 총재 연임

70년대 유신 이후 연임 총재 전무… 미국은 대통령 4,5명 거친 경우도<br>대통령 단임제가 '코드 총재' 악순환… 개헌 불가하면 국회 인준제 도입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도 중앙은행 총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일 게다. 지난 1980년 이후 연임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은 두 사람인데 하나같이 FRB의장이 재선가도에 재를 뿌렸다. 제임스 카터와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가 불운의 주인공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부시 대통령이 1992년 재선에 실패한 것을 자신 탓으로 돌렸다고 회고록 '격동의 시대'에서 적고 있다. 공격적 금리인하로 경기를 신속하게 부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차 오일쇼크로 지독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카터 행정부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폴 볼커를 FRB의장으로 기용하면서 대선 패배를 자초했다. 오죽하면 백악관 참모들이 기를 쓰고 볼커 지명을 만류했을까. 볼커는 기준금리를 한때 20%까지 끌어올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았지만 그를 선택한 카터는 도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에 참패했다. 백악관과 FRB의 관계가 좋을 턱이 없다.

냉랭한 관계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만 미국처럼 독립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모르면 몰라도 전임 대통령이 기용한 총재라는 심정적 거부감이 클 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성태 총재는 MB정부와 늘 불편했다. 임기조차 못 채울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총재 임명은 으레 코드인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김중수 총재는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 출신이고 이 전 총재 역시 노 전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선배라 뒷말을 낳았다. '코드총재'라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보니 통화정책이 신뢰를 얻기는 애초부터 틀렸다.

어느 나라든 국정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의중을 잘 읽는 중앙은행 총재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걸핏하면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통화정책 독립성 문제의 뿌리는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인선시스템에 있다. 미국은 중앙은행 총재를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거친다. 중간선거로 의회 의석분포가 2년마다 달라지니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여야의 고른 지지를 받는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금통위원에 해당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인 FRB이사의 임기는 14년이다. 백악관 주인이 달라져도 눈치보지 말고 소신껏 통화정책을 펴라는 취지에서다. 1950년 이후 6명의 FRB의장 가운데 재무장관으로 이동한 윌리엄 밀러를 제외하곤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모두 재신임을 받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과 앨런 그린스펀은 18년9개월과 18년5개월씩 중앙은행을 이끌었다. 거쳐간 대통령만도 각각 5명과 4명이다. 반면 한은 총재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실제 재신임 받아 4년씩 8년 임기를 꼬박 채운 총재는 역대 24명 가운데 단 한 명(11대 김성환ㆍ1970~78년)뿐이다. 그마나 유신체제였으니 가능했다. 오히려 4년 임기조차 채우지 못한 총재가 더 많았다.

지금처럼 제왕적 대통령 단임제로는 연임 총재 탄생은 기대난이다. 뽑을 때는 최적임자라지만 권력이 교체되면 졸지에 무능한 총재가 된다. 악순환은 다음정권에서도 반복된다. "한은 총재가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4년 했으면 됐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연임의 여부는 통화정책의 연속성 확보는 물론 독립성과 중립성 원칙에도 대단히 중요한 척도가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 중임제로의 개헌이 요구되지만 그것은 지난한 과제다. 미국처럼 국회 임명동의제도 대안이다. 인사청문회로는 총재 인선시스템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는 임명권자의 의지와 한은 역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측면에서 뒷받침해야 한다. 아직도 중앙은행 독립성 시비가 이는 것은 주요20개국(G20) 경제강국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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