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많은 게 달라졌지요.” 서울 성북구 길음동과 강북구 미아동은 10여년 전만 해도 게딱지 같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주거지였다. 고갯길도 유독 많아 자전거 타기가 버겁던 이곳이 이제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 노란색 타워크레인이 뾰족하게 들어서 새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다. 지난 2001년 동부센트레빌을 시작으로 새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를 시작해 초록색 지선버스와 파란색 시내버스가 승객을 싣고 고갯길을 쉴 새 없이 오갔다. 구역지정만 이뤄진 채 착공에 돌입하지 않은 곳도 많아 노후 주거지와 잘 가꿔진 신축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이 한데 뒤섞인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다만 새 집에는 전에 살던 주민 대신 외지인들이 들어왔다. 이곳에서 10년째 중개업을 해왔다는 A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추가부담금을 못 견디고 짐을 싼 원주민이 많다”며 “동네는 좋아졌는데 사람은 떠나갔으니 뉴타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 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길음뉴타운은 현재 재개발ㆍ재건축을 포함해 총 1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길음 1~6구역은 공사가 완료돼 이미 입주를 마쳤거나 조합 해산을 앞두고 있고 3개 구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아뉴타운은 6ㆍ8ㆍ12구역으로 나뉘어 이중 2개 구역에서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집값은 그 기세가 많이 꺾여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하락한 급매물을 내놓아도 거래가 안 된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길음3동 박종석 샛별공인중개 대표는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8월부터 거래가 뚝 끊겼다”며 “다만 실수요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가격 하락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길음역이 가까워 가격이 가장 비싼 래미안3차의 경우 102㎡형 기준 거래가가 6억5,000만~7억원 선으로 올해 들어 3,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전셋값은 105㎡형 기준으로 입지에 따라 1억7,000만~2억3,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의 경우 105㎡형 기준 1억7,000만~1억8,000만원 선이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개발 예정 구역의 지분값도 많이 올라 20㎡이하 지분의 경우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지만 거래는 ‘올스톱’ 상태다. 길음역 인근 N공인중개의 한 관계자는 “지분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추가부담금까지 포함하면 로얄층에 당첨되지 않는 한 손해를 볼 판”이라며 “고객이 찾아와도 빌라는 아예 권하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동석 뉴타운공인 대표는 이에 대해 “가격 거품이 어느 정도 빠져야 거래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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