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망언의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NHK 경영위원이 된 하세가와 미치코 사이타마대 명예교수다. 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발행한 우익인사 노무라 슈스케 사망 20주기 추도문집에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갖고 신과 대화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조금도 믿지 않는 무리의 눈앞에서 노무라 슈스케는 신에게 그 죽음을 바쳤다"며 "그의 자살로 우리 금상(今上) 폐하(일왕)는 다시 현어신(現御神·살아 있는 신)이 되셨다"고 썼다. 하세가와 교수의 발언은 전후 일본 헌법에 적시된 '상징 천황제(일왕은 신성불가침한 존재가 아니며 국가 및 국민 통합의 상징이라는 규정)'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다.
노무라는 지난 1993년 자신에 대한 풍자만평을 실은 아사히신문 본사를 항의 방문해 "천황번영"이라고 세 번 외친 뒤 권총 자살한 극우인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세가와는 여성 학자임에도 지난달 "여성이 있어야 할 장소는 가정"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아베가 지난해 11월 임명한 NHK 경영위원진과 신임 회장의 망언이 잇따르면서 공정성·중립성을 인정받아온 NHK의 우경화 논란이 거세다. 모미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취임인사에서 "위안부는 어디에나 있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인기작가이기도 한 햐쿠타 경영위원은 3일 도쿄도지사선거 지원유세장에서 "전세계 모든 나라가 일본이 1938년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는 중국의 주장을 무시했다"며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망언을 했다. 가와사키 야스시 전 NHK 기자는 "아베 총리와 우파세력은 NHK를 오랫동안 적으로 여겨왔고 이제는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한다"며 "NHK 직원들은 이제 언행을 조심하며 자기검열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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