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이명박 서울시장 "기업들 믿고 투자할 여건 절실"신도시보다 강북개발이 강남·북 균형 전략차세대 지도자는 편가르기 않는 인물 필요대권레이스 아직 시간많아 一喜一悲 안해 대담=박민수 사회부장 minsoo@sed.co.kr 정리=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들의 경기는 다 좋은데 우리만 유독 안 좋습니다. 이는 주변국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경기부진 이유가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 투자가 안되고 내수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사진) 서울시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뢰’를 특히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려면 시장 상황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적대적인 듯한 정부 정책과 정부의 투자 보장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투자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시장은 차세대 국가지도자상과 관련,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국민들을 가르고 쪼개고 이념적으로 나누는 지도자는 안된다. 다 함께 나갈 수 있는 지도자,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래서 국가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사고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민선 3기 서울시장을 마감하는 소감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길이 끊기고 삶의 터전이 사라져도 묵묵히 참고 협조해준 상인들과 시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반대하던 사람들도 다시 한번 일을 철저히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 고맙게 생각합니다. 또 그 동안 날밤을 새면서 열심히 일해준 공무원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기업인 시절과 정치인으로서 활동할 때 다른 점이 있다면. ▦청계천 철거 당시 목숨 걸고 반대했던 투쟁위원장 한 분이 어느날 감사패를 들고 와 눈물을 글썽이며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지내면서 일반 서민들의 삶을 진정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균형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세계시장에서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하니 무조건 최고ㆍ최선에 매달렸으나 정치인으로서는 작은 일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게 됐습니다. -5ㆍ31 지방선거에서도 그랬지만 갈수록 선거가 후보의 능력이나 비전ㆍ정책이 아닌 이미지만 강조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차기 대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는 다릅니다. 현 정부와 과거 일부 지도자들이 이미지를 정치에 사용해왔지만 그것이 곧 현재의 난국을 부른 요인이기도 합니다. 너무 이미지에 치중하는 것은 현안인 경기침체, 일자리 창출, 양극화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지보다는 능력이랄까 경륜이랄까, 즉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의 선택기준도 달라질 겁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밀리는 듯한데. ▦민심과 당심은 같이 갑니다. 국민과 당원 생각이 다를 수 없습니다. 당내 문제도 결국 국민이 결정하게 될 겁니다. 소위 대권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옵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이 아닙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잠깐이면 누가 진정한 지도자인지 다 알릴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대권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제도 어려운 만큼 당분간 정치인들이 과도한 정치적 행보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도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살피겠습니다.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는 정치철학은 무엇이며 차기 여당의 대권주자는 누가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새로운 정치,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가 제 적성에 맞습니다. 계파정치니 보스정치니 하는 것은 잘 안맞습니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정치인들의 책임이자 정치의 목표일 겁니다. 다음 여당의 대권주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예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상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무엇을 갈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여당의 정권에 대한 집착이 아무리 강해도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집값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세금에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만…. ▦집값이 그동안 너무 급하게 올랐습니다. 집 한 채 가질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습니다. 국민소득은 미국의 4분의1이지만 집값은 비슷합니다. 여유자금 400조원이 갈 데가 없다고 합니다. 환금성 높은 아파트가 선호되고 낮은 금리로 예금보다는 부동산을 선호합니다. 아파트 거래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도 매매가격에 포함시킵니다. 이는 주택정책뿐 아니라 종합적인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온 것입니다. 대증요법식으로 조세로만 대응하고 종합대책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수요와 공급 등 종합적인 경제논리에 맞게 대응하고 세부적으로는 보다 나은 주택을 찾는 고급 수요도 맞춰줘야 합니다. -은평ㆍ길음ㆍ왕십리에 이어 최근 가좌 등 12개 지구의 2단계 강북 뉴타운 개발사업이 착공됐습니다. ▦대표적인 1차 뉴타운 지구인 은평은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이제 10년만 지나면 교육문제나 생활여건면에서 강남북 격차는 대부분 해결될 것입니다. 강북이 잘되면 결과적으로 강남이 안정됩니다. 강남이 안정되면 집값도 잡을 수 있습니다. 자꾸 신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강북을 잘 개발하는 것이 강남북간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는 좋은 전략이 될 것입니다. -서울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활동해온 서울시의 외국인자문단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언어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외국어 하나쯤 제2언어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국어 없이는 국제도시로 성장하거나 외국 도시들과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와 가장 먼저 겪는 어려움은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미래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 다음으로 법질서가 지켜져야 합니다. 데모대가 갑자기 길거리를 점거해 통행에 지장을 주는 일은 외국인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듭니다. -퇴임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우선 가족들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겠습니다. 국내외로 간단한 여행도 하고, 그 다음에 개인적으로 현장을 돌며 민생체험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최근에 20여명의 소상공인들이 찾아왔는데 장사가 안돼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대기업이나 수출기업들은 조금 낫겠지만 바닥 경기가 너무 나쁜 것 같습니다. 정치 얘기하기가 오히려 미안할 정도입니다.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개인적으로는 작은 일에서 보람을 느꼈던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생활이 어려운 1,320세대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모시고 있는 치매노인 전원을 지난해 서울시 예산으로 지은 요양원에 입원시킨 일이 가장 보람스럽습니다. 아울러 영세상공인들이 돈 빌릴 데가 없어 어려울 때 서울시가 긴급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해준 일,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장애인들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도록 횡단보도를 설치한 일, 그 덕분에 장사가 잘돼 고맙다며 음료수 값을 안 받겠다고 우기는 구멍가게 아저씨, 하루 세번 버스타다 한번만 타게 돼 세금 내는 보람을 처음 느껴봤다는 아주머니의 인사말에서 매번 보람을 느낍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세대 국가지도자상은. ▦통합적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래서 국가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통합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륜 있는 지도자, 국가경영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능력도 없이 구상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현 정부의 딜레마가 바로 그것 아닙니까. 그래서 국민들이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약력 ▦41년 경북 포항 출생 ▦동지상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현대건설ㆍ인천제철 등 10개 현대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ㆍ회장 ▦아ㆍ태 환경NGO 한국본부 총재 ▦미국 아칸소주 명예대사 ▦캄보디아 훈센총리 경제고문 ▦14ㆍ15대 국회의원 ▦32대 서울시장(민선3기) ▦김윤옥(60)씨와 1남3녀 ■ 퇴임후 대선 행보는? 지방 돌며 민생체험 투어…새 정책구상 본격 나설듯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건(26.2%), 박근혜(25.8%)에 이어 3위(20.2%)를 차지했다. 그의 장점은 오랫동안 기업인으로 꾸준히 다져온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이다. 현대그룹에 수십년간 몸담으면서 익혀온 실물경제 지식과 감각은 거론되는 대선주자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산적한 경제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그러나 그가 차기 한나라당의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힘들다.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앞서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는 게 더 어려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경선 불참'과 같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스스로도 "당을 만들었다 깼다 하는 것은 3김시대에나 가능했던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정치"라며 "한나라당이 단합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 복귀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임 서울시장 정도 되면 당내에서 상임고문을 맡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대선일정이 많이 남아 있어 당장 뚜렷이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평당원으로서 서민경제를 두루 살피기 위한 '민생체험'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수시로 지방을 돌아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자주 할 생각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기 전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검증하는, 이른바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천하주유(天下周遊)'인 셈이다. 그가 언제쯤 당에 복귀해 대선 행보를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 지난 4년 功過는? 청계천 복원·서울숲 조성 성공…뉴타운·대기질 개선등은 '미완' 이명박 시장의 지난 4년은 '과(過)보다는 공(功)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봉헌' '황제테니스' 등의 스캔들로 한때 소동을 빚기도 했지만 CEO시장으로서 그의 업무추진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청계천을 복원하고 서울숲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7월 시작된 청계천 복원 공사는 2년 3개월 동안 3,9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완공됐다.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던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났고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몰려드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청계천 덕분에 아스팔트 열기로 온도가 올라가던 도심 열섬 현상도 줄어들었다. 시행 초기 혼란에 부딪혔던 버스중앙차로제와 교통체계 개편사업도 결국 성공적인 결실을 봤다. 주먹구구식이었던 노선시스템이 광역ㆍ간선ㆍ지선으로 재정립됐고 30분 안에 갈아타면 요금을 더 내지 않게 한 환승요금체계도 지금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하철 연계 버스노선은 297개에서 385개로 늘어났고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면서 버스 속도도 17.2㎞에서 18.1㎞로 빨라졌다. 서울시의 빚을 반으로 줄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취임 당시 4조8,306억원에 달했던 서울지하철건설의 부채는 3월 2조4,5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연말에는 2조959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서민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과 '기업하기 편리한 도시환경 조성' 등의 공약도 순항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완성'인 공약도 눈에 띈다. 뉴타운 사업이 시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주민들과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고 서울의 대기질 개선도 기대만큼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입력시간 : 2006/06/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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