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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판교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오던 박모씨는 소유하고 있던 논밭이 판교개발로 수용돼 엄청난 수용보상금을 받게 됐다. 박씨는 사망하기 전 가족친지를 모두 불러 모아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고 유언을 했다. 당시 다른 자녀들도 모두 박씨 유언에 찬성했다. 그런데 박씨 사망 후 딸이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오빠에게 상속재산을 자신의 법정상속분대로 나눠 달라고 하는데 이는 가능할까.
A.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을 하려면 민법에서 정한 5가지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口授)증서에 의한 유언)에 따라야 한다.
유언자는 각자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따른 유언만이 비로소 효력을 발생한다. 대법원은 '민법에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인한 법적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가 된다'라고 판결했다.
위 사례를 보면 5가지 유언방식 중 어느 것도 따르지 않았으므로 박씨의 유언은 무효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딸이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지 않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지언정 법적책임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딸이 아버지 생전에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했더라도 이러한 상속 개시 전 상속포기 또는 상속재산분할에 관한 약속도 무효이므로 박씨의 상속인들은 법정상속분으로 유산을 분배받게 된다.
물론 이럴 경우 생전에 증여받은 특별수익분이나 기여분 등이 고려되어 각 상속인들 받을 구체적인 상속분은 달리 정해질 수 있다.
다만 박씨의 유언이 법률상 유효한 유언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사인(死因)증여로 인정될 여지는 있다. 사인증여란 증여자의 생전에 증여계약을 하지만 계약의 효력은 증여자의 사망을 법정조건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박씨가 사후에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고 했을 때 아들이 이를 승낙했다면 사인증여가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아들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물론 유류분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유언이 법정 방식을 지키지 않아 무효가 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인증여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러가지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withjs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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