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이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등장했다. '2ㆍ27 차이나 쇼크'와 미국 부동산 시장 냉각 등에 놀란 투자자들이 미술품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와 중국ㆍ인도 등 신흥 경제강국의 재력가들까지 가세하면서 주요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지난 2월 첫째 주 런던에서 이루어진 미술품 경매 규모는 3억9,17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2대 경매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지난해 2월 한달 동안 올린 매출규모 2억5,880억 달러보다도 1억3,000만달러 이상 많은 규모다. 이런 추세는 3월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월 이후 뉴욕과 런던ㆍ홍콩 등 3대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미술품 규모는 모두 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9일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에서 개최돼 18일까지 계속되는 세계최대 '유럽 미술품 전시회'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아담 센더는 존 커린의 유화 '어부'를 불과 수년전 14만달러에 주고 샀지만, 최근 이보다 10배나 뛴 140만달러에 되팔았다. 15일 뉴욕 아시아위크 경매행사에 출품된 명나라 시대 황금불상은 평가액만 450만달러를 기록했고, 무소뿔로 만든 보트형태의 컵은 18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최근 상품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미술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 8~10%가 넘는 성장률을 바탕으로 급속히 부상한 중국과 인도의 거부들이 새로운 재테크에 눈을 돌리면서 '미술품 경매시장의 르네상스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ㆍ27 차이나 쇼크'로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손해를 입은 큰손들이 증시를 벗어나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경매 열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센더는 "나는 미술품을 살 때 한 10년이나 20년은 보유하고 있어야 그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나도 이처럼 빨리 가격이 오를 줄 몰랐다"고 놀라워 했다. 크레이그핼럼 캐피털그룹의 조지 서튼 애널리스트는 "미술 시장의 강세는 전세계적인 부의 창출과 유동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최근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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