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데다 사은품만 챙기고 해지하는 블랙컨슈머도 속출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반짝 마케팅은 되겠지만 부담은 클 것 같습니다." 최근 KT가 실시한 '공짜ㆍ반값 마케팅'에 대한 한 업계 관계자의 걱정이다.
KT는 지난 5월 자사 인터넷TVㆍ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들에게 2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무료로, 42인치 LCD TV를 반값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올레TV 스카이라이프 신규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할인가에 42인치 발광 다이오드(LED) TV를 렌털해주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23일에는 올레TV 스카이라이프,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에게 제습기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TV 구입을 고민하던 소비자들로서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기업이 마케팅에 돈을 들이면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 온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당장은 TV가 공짜거나 반값이라 혹할 수 있겠지만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소비자들은 TV도 못 받고 비싸게 인터넷을 쓰는 '바보'가 돼버리기 십상이다. 상품 자체의 발전 없이 마케팅만 화려한 시장에선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짜 마케팅은 KT에도 득이 될 것 같지 않다. 공짜 사은품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는 제쳐두더라도 공짜 TV로는 충성도 낮은 가입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뿐이다. 이들은 2~3년 후 더 좋은 사은품이 없다면 미련 없이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KT가 근본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고민해야 하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최근 들어 인터넷ㆍIPTV 등 유선 부문뿐만 아니라 무선 사업 분야에서 단기성 전략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폐지와 늦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개시 과정에서 장기적인 주파수 전략의 부재가 드러났고 주파수 이외의 기타 장기 전략에서는 비전을 짚어내기 어렵다. 내부 사정이 따로 있겠으나 국내 최대 규모의 통신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스스로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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