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자본들이 앞다퉈 중국에서 탈출하고 있다. 지난 2005~2006년 중국 은행들의 홍콩상장 붐과 함께 유입됐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최근 경기악화에 따른 내부자금 부족과 중국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맞물리면서 집단적으로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14일 상하이데일리는 RBS가 중국은행(BOC)의 지분을 23억달러에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RBS가 13일 홍콩 증시 마감 후 중국은행 주식 108억주를 종가보다 8%가량 할인된 가격(주당 1.68~1.71홍콩달러)에 팔았다고 전했다. RBS는 2005년 메릴린치ㆍ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8억달러 규모의 BOC 지분을 매입했고 이 주식에 대한 보호 예수 기간이 지난달 만료되면서 이미 지분 매각이 예상됐었다. 새무얼 천 JP모건체이스 홍콩지사 애널리스트는 “RBS가 지분보유를 더 지속하고 싶었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RBS의 경우처럼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중국계 은행에 대한 지분매각이 최근 줄을 이으면서 글로벌머니의 중국 이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OA는 7일 중국 3위 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의 보유지분을 줄였고 같은 날 홍콩 거부(巨富) 리카싱(李嘉誠)의 리카싱재단도 중국은행의 지분 일부를 팔았으며 이에 앞서 스위스투자은행인 UBS도 중국은행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밖에도 골드만삭스ㆍ씨티그룹ㆍ드레스드너뱅크 등이 보호 예수기간 만료에 따라 수주 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의 한 소식통은 “지금 시장은 일종의 공황상태에 놓여 있으며 더 큰 투매행위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면서 “골드만삭스도 오는 4월 공상은행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보유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금융자본의 중국 탈출이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규제정책 때문에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거시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외자 금융기관이 집단적인 탈출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외국 자본의 이탈 현상은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자본이 지분 참여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 규제가 여전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자본이 중국 측에 실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금융자금의 중국 이탈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보다는 외국 금융기관 자체의 재무상황에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31일 UBS가 중국은행 H주 33억7,000만주를 매각했으나 중국은행 지분뿐 아니라 캐나다 에너지 기업과 농업 관련 업체의 지분 등을 동시에 팔았으며 RBS 역시 영국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을 불가피하게 보여줘야 하는 형편이었다. 베이징 인민대 재정학 부학장인 자오시쥔 교수는 “외국 은행이 자기네 비즈니스를 먼저 살리기 위해 중국 지분을 줄이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이탈한다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 전망이 무척 밝은 중국 금융시장을 외면할 외국 자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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