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던 선진국들의 재정여력이 커지면서 '재정긴축의 시대'가 끝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정부재정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면 경제성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인용해 선진7개국(G7)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근본적자(primary deficit) 비율이 지난 2010년 5.1%에서 내년에는 1.2%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근본적자란 재정적자에서 국채이자 비용을 제한 것으로 순수한 의미의 재정적자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소득세 인상 등의 조치가 실시되면서 2009년 말 -10%에 달했던 GDP 대비 연방 재정적자 비율이 올 3·4분기에는 -4%까지 줄었다. 유럽 재정적자는 2010년 2.6%였으나 올해 1.1%, 내년 1.5%로 2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가 줄어든 것은 각국 정부가 재정긴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재정취약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선진국들까지 국가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 위기에 몰리자 각국 정부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최근 경제회복기로 접어들고 있는 선진국들은 재정적자가 줄어 정부 지출여력이 커지면서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그룹의 지아다 지아니 이코노미스트는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이제 수년간 지속돼온 긴축재정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며 "유럽 정부가 내년부터 재정긴축에서 완화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내년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예산 등을 포함한 18조6,000억엔의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이미 정부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특히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조이기에 나서는 시점에서 그 부작용을 상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긴축완화에 나선다면 이는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은 최근 미 상원에서 "재정긴축 기조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선진국이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경우 경기회복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호세 우르스 이코노미스트는 "긴축기조 완화가 세계경제의 성장을 부추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긴축완화시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 1.9%에서 내년에 2.9%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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