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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 가리고 아웅한 서울교육청


5일 오전7시 서울 강남의 A중학교. 서울시교육청에서 파견된 간부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흰 가운과 헤어캡을 쓰고 손과 발을 소독액에 적셨다. 학교급식 불량 식재료 납품업체를 퇴출시키기 위한 '학교급식 현장 불시점검'이 시작된 것이다.

A중학교의 조리실과 식재료들은 '대체 왜 이 학교로 점검을 왔나'싶을 정도로 나무랄 데 없었다. 당일 들어온 물건들은 그날그날 소비해 오래된 식품도 없고 아침에 막 도착한 재료들도 살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처럼 위생 상태가 좋다 보니 식재료와 냉장고를 10여분 훑어보고 식재료 차 내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불시점검은 끝이 났다.

이 학교가 이처럼 위생상태가 좋은 것은 지역 교육청이 수시로 점검을 하고 학부모들이 조를 짜 매일 아침 2명이 식재료를 꼼꼼히 살피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급식 운영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이 불시점검의 대상이 된 이유는 과연 뭘까.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학교급식위생ㆍ안전점검 평점이 낮은 학교 중에서 점검을 해야 하는 간부 공무원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간부 공무원이 아침 잠을 좀 더 잘 수 있는 곳으로 불시점검 대상을 선정했다는 얘기다.

A중학교의 B교감은 이날 점검이 시작된 오전7시에 이미 학교에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그의 평소 출근 시간인 7시30분~8시에 비해서는 30분~1시간이 빨랐다. B교감은 "전날 밤 아는 사람을 통해 점검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B교감은 시교육청 관계자와 부부 사이이기도 하다.

이날 조리실에 있던 조리사나 영양사 등은 불시점검 사실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교감이 사전에 점검 사실을 안 게 점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지만 공교로운 것은 맞다.

시교육청의 이날 불시점검은 점검할 필요가 없는 학교를 점검 대상으로 선정하고 그나마 점검 사실이 사전에 알려져 불시점검의 효과를 살리지도 못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7번의 점검을 추가로 진행한다. 점검이 필요한 곳을 하고 점검을 할 거면 말 그대로 아무도 모르게 불시에 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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