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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원유·농산물까지 전방위 확산… 글로벌 경제 새 뇌관으로

■ 强달러에 원자재 값 '날개 없는 추락'

'10년 슈퍼사이클' 끝나 금 값 5년 만에 최저치

원유도 50달러선 붕괴

투자가 엑소더스 가속… 호주 등 수출국 직격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면서 강달러가 지속되자 원자재 시장에서 투자가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10년 이상 지속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수요감소의 여파로 끝나며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남미·호주·뉴질랜드 등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가 직격탄을 받으며 가뜩이나 회복세가 부진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22개 상품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96.2029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나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때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17% 폭락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더니 올 들어서도 10%나 급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금·은·백금 등 귀금속, 원유, 구리, 철광석, 농산물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2.2% 하락한 1,106.80달러로 2010년 3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2011년 9월 이전 고점에 비해서는 42%나 폭락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49.85달러를 기록하며 5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또 런던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5,400달러 정도로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 철강석 가격은 이전 고점에 비해 77%나 추락했다.

원자재 가격의 '날개 없는' 추락은 일단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달러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 경제는 정상 상태에 근접했고 앞으로 실업률은 5% 이하로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율은 상승할 것"이라며 "올 9월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밝혔다.



블러드 총재의 발언 여파로 이날 10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나는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장중 올 4월1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1년간 22%나 오르며 12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에 글로벌 수요감소 공포가 커지고 있다. 또 글로벌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이자도 없는 원자재 투자의 상대적 매력은 더 떨어진 상황이다. 상품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자 투자가들은 시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펀드정보 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올 2·4분기 원자재 펀드에서 순유출 자금은 11억달러에 달했다.

외국인 자금은 중남미 등 신흥국에서도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이들 신흥국은 이미 미약한 성장세에다 달러화 강세로 투자매력이 감소한 가운데 원자재 하락까지 겹치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8.6%나 떨어졌다. 칠레 페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는 각각 7년·11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브라질의 경우 주요 수출품인 원당 가격이 2009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충격 등으로 헤알화 가치가 연초 대비 17%가량 떨어졌다.

이 때문에 중국 성장세 둔화로 원자재 가격이 더 추락할 경우 남미 국가들이 그리스에 이어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남미지역 성장률이 0.5%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일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선진국도 충격을 받고 있다. 달러 대비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는 올 들어 각각 11%, 9.8%, 16% 떨어졌다. 호주의 경우 올 5월 무역적자가 27억5,400만호주달러를 나타내는 등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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