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을 때 돌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진보 성향의 법학자로 잘 알려진 그가 보수 진영에 유리한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의혹이 불거진 당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안 대표 차남은 부정입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맨 먼저 밝히며 "안 대표 아들의 인권도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보 진영은 그를 변절자로 몰아 비난했다. 조 교수는 그래도 꿋꿋했다. 자신은 진보지만 이 사안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사실 확인의 문제이므로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공방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화제를 모은 조국 교수가 신문ㆍ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다듬은 칼럼집이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는 고(告)함의 대상으로 정부와 시민, 보수와 진보, 자본, 법률가 모두를 아울렀다. 그는 "보수는 기득권 수호자, 반공과 냉전 지지자로 행동하고 진보는 추상적ㆍ교조적 비전에 갇혀버리는 것은 비극"이라며 보수와 진보 양측에게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로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스승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인용해 평등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등의 원칙 등을 이야기하며 '공정한 사회'를 위한 보수와 진보의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보수를 향해서는 미국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배우라고 조언한다. 이스트우드는 "골수 공화당원이고 자유지상주의자를 자처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지만 그의 보수주의는 열려있으며 자기책임과 도덕성, 약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녹아 있다"고 평가받는다. 진보 세력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무엇이 공정이고 정의인지, 그 가치가 실현되려면 어떠한 사회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쪽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돋보이지만 조 교수 자신은 "가입 정당도 없고 직업 정치가도 아닌 서생(書生)"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다소 직설적인 어법으로 각계 각층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얘기들임을 인정하면서도 "선비가 해야 할 기본 임무는 직언극간(直言極諫)이고 나의 직업인 교수는 자신의 신념을 공언(profess)하는 사람이니 직업윤리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보주의자의 정치 서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집어들기보다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지식인의 인문 서적이라 여긴다면 독자에게 훨씬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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